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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양치기소년' 된 당국, 암호화폐 정책실기 속 '규제 면역력'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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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10일 서울 중구의 비트코인거래소에서 한 시민이 가상화폐 시세판을 앞을 지나고 있다. 박지환기자 popocar@seoul.co.kr


[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암호화폐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은행 등 관계기관의 연이은 정책 실기 속에서 암호화폐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정부의 ‘시그널’이 왔다갔다하면서 오히려 암호화폐를 둘러싼 규제책에 면역력만 키웠다는 평가다. 정작 필요한 시기에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큰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는 문제다.

지난 주말 내내 정부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정책 발표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연출하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운전수(시세조종하는 사람을 뜻하는 용어)다”라는 비난까지 쏟아져나왔다. 막대한 시중자금이 몰려있는 암호화폐 거래소 문제를 정부가 너무 1차원적으로 접근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및 거래금지 특별법 제정안’으로 촉발되기 시작했다. 관련안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28일 암호화폐 관련 부처 차관회의 결과에서 이미 언급된 이야기지만 “부처 간 이견이 없어 특별법 제정 방안이 잡혔다”는 박 장관의 말이 문제였다.

이미 지난 8일부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과 금융감독원이 6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암호화폐거래소 계좌에 대한 특별검사를 시작했고, 9일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이 경찰조사를 받고 빗썸 등이 세무조사를 받는 등 흉흉한 분위기로 시장이 잔뜩 움츠러들었던 터라 파장은 컸다.

큰손들의 매도가 쇄도하며 당일 오후 2시경에는 시세가 50%이상 급락했고, 패닉에 빠진 개미투자자들의 매물까지 얹어져 바닥 모르는 ‘패닉셀’이 연출됐다. 충격과 혼란에 빠진 투자자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몰려갔고, 결국 당일 오후 청와대, 금융위원회, 경제부총리까지 “(폐쇄법은) 확정안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며 한바탕 소란이 마무리됐다.

이같은 해프닝은 13일에도 이어졌다. 시중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 실명거래 시스템 도입을 잠정연기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8일 관련 회의에서 정부는 금융기관에 기존의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하고 오는 20일까지 암호화폐 실명거래 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예정됐던 시스템 도입이 철회 혹은 연기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시장에 또 한번 충격이 전달됐다. 이렇게 되면 신규계좌 개설이 막히고, 기존계좌 입금이 차단돼 실질적으로 시장에 돈을 말리는 효과를 만든다. ‘총대’를 멘 신한은행에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과 긴급회의를 거쳐 1월 중 실명확인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합의했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또 정책결정이 뒤집힌 셈이다.

해프닝 끝에 암호화폐 실명거래 시스템 결정이 결정됨에 따라 향후 거래소 이용자는 거래소와 같은 은행 계좌로 실명확인을 거치면 신규계좌 개설 및 입출금이 가능하다. 실명확인이 안 된 기존 계좌는 출금만 가능하다.

일단 “은행 자율에 맡긴다”로 결론이 났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계좌를 열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좌불안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 대부분이 실명거래 시스템 구축은 이미 마쳤다. 다만 정부가 발급하라는 시그널이 없어서 기다렸던 거다. 예정대로 발급하자니 정부 분위기가 ‘하지마’라고 압박하는 것같고, 또 연기하자니 재산상으로 손해가 발생하는 고객들이 또 뭐라고 할 것 아닌가. 참 난감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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