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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월요논단]남경필 경기도지사, '인간의 행복' 향해 달리는 자율주행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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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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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년 미국 수도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미래 기술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영화는 마치 '미래 사회란 이런 거야' 하고 알려주기라도 하듯 환상의 첨단 기술을 끝없이 선보인다. 장갑 낀 손으로 허공에서 화면을 컨트롤하는 '동작 인식 인터페이스', 머릿속 이미지를 스크린에 투영해서 보여 주는 '딥러닝과 바이오기술', 프로젝터로 영상을 실제처럼 띄우는 '홀로그램' 등. 영화를 보는 내내 '과연 저런 세상이 올까' 생각하며 혀를 내두른 기억이 개봉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화려하고 다양한 미래 기술 가운데에서도 압권은 단연 자율주행자동차의 추격 신이었다. 도로를 가득 메운 자동차들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사불란하게 자동 운행하던 모습, 운전석이 없는 차량 안에서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편안한 표정 등은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경찰에 쫓기는 톰 크루즈가 자율주행차 안팎을 누비며 숨 가쁘게 질주하는 장면은 그의 핸섬함과 함께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요새말로 더없이 '신박'(매우 참신하다는 뜻의 신조어)한 자율주행기술에 매료됐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공상과학(SF) 영화 속의 막연한 미래 기술이던 '자율 주행'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인터넷 뉴스 포털 창에 '자율주행'을 키워드로 넣으면 새로운 소식이 하루에도 수백 건 쏟아진다. 올해 들어서는 “45인승 대형버스가 국내 최초로 자율 주행에 나선다”는 뉴스가 새해를 장식했다. KT가 운행 허가를 받은 대형 자율주행버스가 조만간 자율 주행 실증 단지인 경기도 판교제로시티를 달리게 된다는 소식이다. 이 버스는 시속 70㎞가 넘는 고속 자율 주행 기능과 보행자 탐지, 신호등 연동 등의 스마트 주행 기술을 탑재했다.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가장 먼저 뛰어든 구글 웨이모의 자율주행차는 이미 지구를 160바퀴나 돌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자율주행수소차'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현대는 자율주행수소차로 운전자가 운전석에 탑승하지 않은 채 차량이 자체 운행하는 '4단계' 자율주행기술을 선보일 방침이다. 판교에서도 도심과 차량이 차량·사물간통신(V2X)으로 소통하는 자율 주행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불리는 판교는 자율 주행 중심으로 미래 도시 교통 시스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수많은 미래 기술 가운데 자율 주행이 유독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어느 기술보다도 인간의 일상에 가까이 자리 잡고, 깊게 스며들기 때문 아닐까. 갑갑한 교통체증이 사라지고 피로 속에 운전하는 일이 없이 더 빨리, 더 편안하게 이곳저곳을 오가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출퇴근 러시아워에서 해방되는 미래는 탄성이 터질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율 주행의 가치는 차량 탑승자와 보행자의 안전을 모두 확보한다는 데서 정점을 찍는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매년 20만건을 넘어선다. 교통사고 사망자도 해마다 4000명, 많게는 5000명 이상에 이른다. 교통사고 대부분이 운전자 부주의, 운전 미숙, 음주 운전으로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자율 주행 상용화 시 사고 발생률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관건은 '안전'이다. 3년 안에 4단계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기술이 상용화된다는 현재 시점에서 중요한 건 '얼마나 안전하고 정확하게 자율 주행이 이뤄지느냐'다. 현재 자율 주행은 운전자나 보행자의 돌출 행동 대처에 한계를 보인다. 자율 주행 전용차로와 같은 도로 여건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발전하는 기술에 맞춰 도로·신호 등 교통 인프라와 함께 자율 주행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 우리의 안전이 달려있는 데 느슨하게 대처할 수는 없는 일이다.

50년 후에나 가능할 것 같아 보이던 자율 주행이 30년 이상 앞서 우리 눈앞에 조금씩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이미 자율 주행과 갖가지 미래 기술이 어우러진 4차 산업혁명의 미래 입구에 들어섰다. 4차 산업혁명의 궁극 목표가 '인간의 행복'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이 '인간의 편리'를 지나 '인간의 행복'에 안전하게 이르기 바란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kp01@g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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