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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채태인이 직접 밝힌 가슴 졸인 부산행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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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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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FA 채태인이 결국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1+1년에 총액 10억 원에 사인하며 새 둥지를 틀었다.

규모나 기간 등으로 봤을 때 크게 인상적인 계약은 아니다. 속내는 다르다. 채태인 본인에겐 너무나도 떨리고 긴장되는 극적인 계약이었다. 마지막에 사인을 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긴박했던 순간들. 채태인이 직접 밝힌 1박2일간 숨막혔던 계약 일지를 정리해 봤다. 기사는 채태인이 직접 보내 온 편지를 정리한 것이다.

어쩌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넥센으로 트레이드가 된 뒤 난 혼자 서울에서 생활을 해야 했다. 가족들을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서울로 부를 순 없었다. 프로 야구 선수는 집을 떠나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내가 없을 때 가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분들이 곁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부산으로 이사였다. 나와 아내의 고향인 부산엔 우리를 도와줄 분들이 많이 계셨다. 때문에 지난해 가을, 우리 가족은 부산으로 이사를 갔다. 그때만 해도 나도 부산에서 함께 살게 될 거란 상상은 못했다.

가족들이 보금자리를 옮기는 동안 난 정말 야구에만 전념하며 최선을 다했다. FA 시즌이기도 했지만 넥센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마음은 복잡했지만 플레이할 때만은 정말 진지하게 최선을 다했다.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면 중급 이상의 계약은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것이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하지만 FA 시장이 열리고 나서 난 차가운 현실과 부딪혀야 했다. 내게 먼저 손을 내미는 구단은 한 군데도 없었다. 에이전트가 열심히 길을 알아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채태인 선수 너무 좋죠. 하지만 저희 구단엔 자리가 없네요"였다.

넥센 구단은 늘 내게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구단 사정상 날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만 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그렇게 계약은 해를 넘겼다. 하루하루가 너무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럴수록 운동에만 집중했다. 계약은 에이전트에게 맡기고 난 내 할 일을 다하려고 했다. 그러나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은 '이러다 야구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겨 줬다.

그러던 가운데 롯데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내겐 한 줄기 빛이 된 전화 한 통이었다.

에이전트와 기차를 타고 함께 부산으로 내려갔다. 여기서 또 한번 운명적인 일이 있었다. 우리가 탄 기차에 롯데 관계자도 함께 탔던 것이다. 열차까지 같았다. 묘한 긴장감 속에 부산까지 함께 내려가야 했다. 마음 한 켠으론 '이것이 좋은 인연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생겼다.

에이전트는 지난해 롯데 측과 사이판에 함께 들어가 이대호 계약을 이끌어 낸 인연이 있었다. 괜한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었다.

첫날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며 연락만 기다렸다. 결실은 맺지 못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실무진과 미팅에서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됐다. 그때의 떨리는 마음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여담이지만 그런 긴장감과 두려움을 경험해 보았기에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기게 됐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롯데 구단의 제안이 맘에 쏙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겐 야구가 더 중요했다. 롯데 구단도 할 수 있는 최선의 안을 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협상이 잘 이뤄져 도장을 찍었고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괌으로 떠날 수 있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는 에이전트가 낸 아이디어였다. 넥센에선 좋은 대우는 못해 주지만 선수가 옮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돕겠다고 해 주었다. 에이전트는 사인 앤드 트레이드라는 새로운 길을 찾았고 넥센과 롯데 구단이 이에 동의하며 내게도 기회가 생겼다.

10년이 넘는 프로 야구 선수 생활을 하며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고 설레는 마음과 두려움이 섞인 시즌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새 팀으로 옮기게 됐다. 협상 과정을 겪으며 지금의 내가 있기 까지 팬들과 구단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한다는 걸 가슴 깊숙히 느끼게 됐다. 나를 위해 고생해 준 나의 에이전트 송산과 에이전트사 셀렙원 식구와 대표 팀에게도 감사한다. 선수 생명이 걸린 위기에서 손을 내밀어 준 모든 분들께 보답하기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어려운 시간을 겪어 봤기에 야구가 더 절실해졌다. 모든 것은 운동장에서 보여 드리겠다.

-팬들에게 전하는 인사

안녕하세요. 롯데 자이언츠 채태인입니다.

먼저 부산에서 나고 자라며 롯데 자이언츠를 동경하며 자라 온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신 롯데 자이언츠 모든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메이저리그 도전으로 시작해 삼성 라이온즈 복귀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 17년이란 시간을 돌고 돌아 이곳 부산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온 이 시점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개무량 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주신 넥센 히어로즈 관계자 분들에게도 감사하단 말씀 전하고 싶고 역시나 쉽지 않은 결정을 해 주신 롯데 자이언츠 이윤원 단장님 이하 롯데 구단 관계자께도 다시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8년 시즌 시작해서 경기하는 상상을 하면 벌써부터 설렙니다. 또한 사직에서 울려 퍼질 '부산 갈매기'와 응원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기도 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과 팬분들이 채태인이란 선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충분히 느끼고 있기에, 구단과 팬들이 원하는 그런 롯데 자이언츠의 채태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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