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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학생 5명 남은 단양 보발분교 통폐합 추진…주민들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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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지원청 "정상적인 수업 불가…학부모 동의받아"

주민들 "학교는 농촌 살리기 거점…여론 수렴해야"

(단양=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재학생 5명인 충북 단양의 한 시골 학교가 시끄럽다. 규모가 큰 인근 학교와 통합을 추진하자 지역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마을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학교의 상징성을 강조하며 통폐합은 있을 수 없다며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집단 반발하지만, 교육 당국은 학부모들의 동의까지 얻어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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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폐합이 결정된 단양군 가곡초 보발분교.



14일 단양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단양 가곡초 보발분교는 작년에 9명이었던 학생 수가 올해 5명으로 줄었다.

졸업하는 학생은 있어도 입학하는 학생은 없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한때 400여명에 달했던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이다.

단양교육지원청은 더는 정상적인 운용이 어렵다고 판단, 가곡초 본교와 통합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학생 수가 적다 보니 복식학급 운영, 순회교사 배치, 모둠 수업·체육활동 차질 등 문제가 많다는 것이 교육지원청의 논리다.

또래 친구가 없는 학생들이 다양한 교우 관계를 맺지 못해 인격 형성이나 사회성을 기르기 어려울뿐더러 건물도 낡아 교육 환경도 열악하다는 설명이다.

교육지원청은 작년 11월 이장과 주민, 동문회를 상대로 학교 통폐합 설명회를 했다.

이후 설문조사를 통해 전체 학부모 8가구 중 75%(6가구)의 찬성을 얻어 통폐합을 행정 예고했다.

오는 19일 충북도의회 임시회에 '보발분교 폐교에 대한 조례 개정안'을 상정, 심의하는 절차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보발분교가 문을 닫으면 가뜩이나 빈집만 남은 시골이 더 황폐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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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사라진 자전거가 보발분규 운동장에 남아있다.



주민들로 구성된 보발분교 보존 대책위원회는 보발분교와 같은 작은 학교는 학생과 교사에게 전인적인 교육을 실현하는 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교가 문화적 구심점이자 농촌 살리기의 핵심 공간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대책위원회를 꾸린 천주교 공동체 '산 위의 마을' 박기호 신부는 "보발분교는 단순히 하나의 학교가 아니라 마을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하는 중심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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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발분교 운동장.



그러면서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교육 당국의 논리는 교육을 지나치게 효율성만 따지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충북교육청에 이미 폐교 반대의 뜻을 전했다. 지난달 27일부터 통폐합 반대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다.

지난 13일까지 4천280여명이 폐교 반대에 동참했다고 대책위는 밝혔다. 서명 참여자들 상당수는 외지인이다.

보발1리 박남진 이장은 "귀농·귀촌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젊은 사람들에게는 자녀 교육 문제가 가장 중요한 결정 요소"라면서 "학교가 사라지면 사실상 농촌으로 들어오려는 귀농·귀촌 발길이 완전히 끊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마을을 위해 보발분교는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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