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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부메랑]득달같은 외식체인 가격 인상, 정말 '오비이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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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업체들 "최저임금 때문 아니다" 발뺌
누적돼온 임차료·재료비 부담 속 메뉴값 줄상승 우려
정부 "인플레 심리 확산 가능성에 선제 대응"…원가 분석·감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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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 프랜차이즈 놀부부대찌개 메뉴. 최저임금 상승 국면 속 주요 찌개류 가격이 7500원에서 7900원으로 올랐다.(사진=놀부부대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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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지난 1일부로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 외식비도 들썩이고 있다. 인건비 상승은 메뉴 가격과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가 최저임금 때문에 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이를 믿지 못하는 모습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선설농탕, 놀부부대찌개, 죽이야기, 롯데리아, KFC, 모스버거 등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최저임금 상승 국면에서 메뉴 가격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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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체인 신선설농탕은 설렁탕 가격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인상하면서 "(최저임금 탓이 아니라) 몇 년간 지속돼온 원재료 값·점포 임차료·인건비 상승 문제 영향"이라고 항변했다.(사진=신선설농탕)


신선설농탕은 설렁탕 가격을 7000원에서 8000원으로 1000원(14.3%)이나 인상했다. 죽이야기의 주요 메뉴 가격도 1000원씩 올라갔다. 놀부부대찌개는 부대찌개 가격표를 7500원에서 7900원으로 바꿨다.

최저임금 인상을 의식한 '광속(光速) 가격 인상 조치'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업체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신선설농탕 측은 몇 년간 지속돼온 원재료 값·점포 임차료·인건비 상승 문제 영향이라고 해명했다. 죽이야기 측은 "앞서 경쟁 업체보다 죽 가격이 500~1000원 저렴했다"며 "'가격을 (현실적으로) 맞추자'는 가맹점주들 요구를 받아들여 인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가격 인상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놀부부대찌개 측도 "그동안 누적됐던 재료비, 임차료 상승 문제가 컸다"며 최저임금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업체들 입장을 들어 보면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메뉴 가격 상승도 오비이락(烏飛梨落·실제로는 관계가 없는데 시기와 장소가 겹쳐 괜한 오해를 사는 경우를 일컫는 사자성어)일 뿐이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1월 일찌감치 햄버거·음료 등을 100~400원(2.9~23.5%) 올렸다. 역시 재료비, 임차료 등을 언급하며 "인건비 탓 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모스버거는 햄버거 단품 5개 가격을 평균 6.1% 올렸다. 햄버거빵, 고기 패티 등의 품질 향상을 위해 재료값을 늘렸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KFC는 원자재·인건비가 상승했다며 지난달 29일부터 햄버거 등 24개 제품에 대해 가격을 5.9% 올렸다.

각자 복합적인 사정이 있겠지만 어느 곳 하나 최저임금을 입에 담지 않은 것은 면피성 해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여론·평판 등에 매출이 왔다 갔다 하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업체라 하더라도, 일련의 가격 인상 배경 설명은 솔직하지 못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차라리 "최저임금 인상으로 수익이 급감하게 생겼다. 가격 인상을 양해해 달라"는 자영업 식당들이 소비자들을 더 납득케 한다.

한편 임차료·재료비 부담, 기존 실적 악화 등 외식업계 불안 요소가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가격 인상 도미노로 번질 지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욕을 먹는 와중에도 이 때다 싶어 가격을 올리는 곳이 많을 것"이라며 "어떤 자구책 마련 과정도 없이 가격 인상이란 손쉬운 방법만 찾는다면 업계 전반에 대한 소비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물가관계 차관회의 및 제14차 최저임금 태스크포스(TF)를 열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고 차관은 이날 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빌미로 한 인플레이션 심리 확산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김밥, 치킨, 햄버거,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 등에 대한 심층 원가 분석을 시민단체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 의뢰키로 했다. 원가 분석에는 2~3개월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분석 완료 후 내용을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 공청회도 개최한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는 생활 밀접 분야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 과정에서 담합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는지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는 3월18일까지 물가대책종합상황실을 운영하며 생활 물가 인상과 관련한 현장 점검과 단속에 나선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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