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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더,오래] 귀농인을 위한 '13월의 보너스' 직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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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저소득 보전 위해 1년 한 번 지급

3년이상 경작 농지 1만㎡당 45만원

사회 지도층, 위장 수령으로 망신살

농민 보호 제도 악용하지 말아야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2)
강원도 인제군의 산골 마을 하추리는 귀농·귀촌인들이 원주민들과 오순도순 잘 살기로 유명한 마을이다. 깊은 산 속에서 고추 심고 잡곡을 키우는 마을이라 농산물 수확이 많지 않다. 하지만 하얀 쌀보다 잡곡밥을 선호하는 시대인지라 수확하는 대로 잘 팔려 나가고 내린천 상류라서 민박업이 여름과 겨울에 잘 돼 사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그래도 떠나는 이가 생겼다. 귀촌인이 30여 가구 되는데 그중 2가구가 다시 도시로 역귀농을 했다. 이유는 자녀들이 장성해 대학을 가니 큰 돈이 필요해서란다. 요즈음 대학 등록금이 상상 이상으로 비싼지라 목돈을 만들려면 도시로 가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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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남해군에 가면 유자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부른다. 유자나무 한그루에 나오는 유자 열매를 팔면 등록금으로 충분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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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 팔고, 논 한 마지기 팔아 충당했던 시절은 아주 옛날얘기다. 경상남도 남해군에 가면 유자나무를 대학나무라고 부른다. 유자나무 한그루에 나오는 유자 열매를 팔면 등록금으로 충분했다는 것이다. 진짜 전설 같은 이야기다.

몇 만 평씩 농사를 짓는다면 농가수입도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귀농인은 대농보다는 소농으로, 부부가 990~3300㎡ 규모 만큼만 농사를 짓고 인생을 즐기고자 한다. 그러다 가끔 집안에 큰일이 생기거나 자녀가 대학가고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목돈이 필요해 난감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농작물은 꾸준하게 자라는 만큼 소득도 그냥 꾸준하게 나올 뿐이다. 그래서 “계속 직장 생활을 했으면 보너스라도 받았을 텐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래도 직장인이 ‘13월의 보너스’라고 부르는 연말정산 환급금처럼 1년에 한 번씩 돈이 소소하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 ‘직불금’이다. 농업 종사자의 부족한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직불금 제도에 해당하는 것은 ‘쌀소득보전직접지불제’, ‘밭농업직접지불제’, ‘조건불리지역직접지불제’, ‘경관보전직접지불제’, ‘친환경안전축산물직접지불제’, ‘농업용 면세유류 사후관리’ 등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농산물품질관리원 홈페이지(http://www.naqs.go.kr)에 가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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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제의 종류와 취지. [출처 농산물품질관리원]




‘밭농업직불제’는 실제 밭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3년 이상 경작 농지 1만㎡당 평균 45만원 가량을 지급한다. 모든 밭작물에 해당하지만 농업 외 소득이 3700만원 넘거나 농지면적 1000㎡ 이하이면 직불금 대상이 아니다. 부정한 방법으로 직불금을 수령했다가 적발된 경우도 제외된다. 직불금은 개인이 수령하지만 직불금을 모아 마을 기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직불금 제도는 경자유전 원칙 따라야
농업 외 소득이 3700만원 이상이면 직불금 대상이 안 되는 것은 우리나라 농업인의 평균 소득이 3700만원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이에 대해 많은 농가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평균 소득이 3700만원이나 된다고? 어찌 되었든 직불금은 농업에 전념하는 사람, 소작이 아닌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취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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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불금은 농촌의 '13월의 보너스'다. 농업 종사자의 부족한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사진 김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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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끔 직불금 때문에 말썽이 나는 것은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직불금을 수령하기 때문이다. 농지 소유주가 타인에게 임대하면 직불금은 농사를 짓는 임차인이 받아야 하는데 소유주가 직불금을 수령하는 게 관행이라며 넘어간다. 엄연히 불법이다.

뉴스를 검색하면 국회 청문회에서 직불금을 위자수령했다고 의심을 받고 망신을 당한 고위직 공무원이 꽤 된다. 청문회에 나갔으니 세상에 알려진 것이지 농지를 임대하고 직불금을 꿀꺽한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위배한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경자유전의 원칙이라는 것은 농지를 가진 사람만이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선언적 의미로 헌법에 명시된 개념이다.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과다하게 보유해 농업이 피폐화하는 사태를 막자는 것이다. 지금은 도시인이 농지를 소유하는 것은 문제될 것도 없고, 원거리의 농지를 도시인이 소유할 수 없는 규정도 없어진 상황이므로 누구나 농지를 거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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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들의 쌀직불금 불법 수령에 항의하는 한농연소속 회원들의 시위. 한농연 회원들이 트렉터를 이용해 논을 갈아엎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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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소중한 먹거리를 보호해야 한다며 ‘식량안보’를 들먹이는 상황이다. 농지는 농지답게 농작물을 재배하는 용도로 쓰여야 하며, 농사를 짓는 농민의 수고는 농산물 가격 이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는 지켜져야 한다. 그래서 농업과 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에 제대로 반영하자는 운동은 유의미하고 유효하다. 적어도 목돈이 필요해 농촌을 떠나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 절실하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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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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