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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까지 기회드린다"…집주인들 "응, 안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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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개포주공1단지. 이 아파트 전용면적 42㎡는 작년 말까지 최고 실거래가격이13억5000만원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매물 호가(부르는 값)가 14억8000만원까지 뛰면서 한달새 무려 1억3000만원 치솟았다. 이유는 매물이 완전히 실종된 탓이다. 개포동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단지를 통틀어 주택형별로 매물이 1~2건 밖에 없는데 사겠다는 구매자는 줄을 서 있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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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포주공1단지 아파트 주변에 몰려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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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무서울 만큼 오르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월1일 기준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이 1주일만에 0.98% 급등했다. 이는 2012년 5월 집계를 시작한 이후 1주일 단위 상승률로는 역대 최대다. 작년 8월 이후 다(多)주택자와 재건축 단지 규제로 집값 잡기에 나선 정부와 ‘버티기’에 나선 집주인간 기싸움이 집주인 완승으로 끝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4월까지 기회 드린다”…집주인 “응, 안팔아”

“내년 4월까지 시간을 드렸으니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집들은 좀 파는 것이 좋겠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8·2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이번 대책으로 집이 많은 사람들은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올 4월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重課)가 시행되면 이를 피하기 위해 매물이 나오면서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국토부의 '착각'이었던 것으로 점차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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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이후 서울 강남3구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 /자료=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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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집을 팔려면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을 내놓고,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잔금을 치러야 한다. 이 과정에 평균 2~3개월 걸린다. 결국 올 4월 이전에 집을 팔기 위해서는 지금쯤 이미 매물을 내놓았어야 한다. 하지만 집값 상승의 근원지인 서울 강남 중심으로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아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개포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이전에 집을 팔까 고민하던 다주택자들이 최근 마음을 바꾸고 있다”며 “지금처럼 세금보다 집값이 훨씬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왜 팔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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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물이 쑥 들어간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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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구 잠실동 주공 5단지 역시 매물 품귀로 새해 들어 5000만원 정도 가격이 뛰었다. J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3930가구 단지 전체에서 나온 매물이 3~4건밖에 없다”며 “매수자가 사고 싶다고 말하면 매도자가 그 자리에서 2000만~3000만원씩 올려버리는 일도 적지 않아 난감하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진 것은 집주인이 아니라 오히려 매수자들이다. 예상 외로 매물이 나오지 않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가격을 올리더라도 매매에 나서는 상황이다. 매수 희망자가 많아 매도자들이 부르는 가격에 계약이 체결되는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가 양극화 부채질…“매물 품귀 이어질 것”

8·2 대책은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투기 수요를 걷어내고 집값 과열을 막아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발표됐다. 하지만 5개월여가 지난 현재 기대와는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 등 소위 인기지역에서는 매물 실종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반대로 서민 주택이 많은 수도권 외곽과 지방에서는 집값이 하락하는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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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대비 12월 아파트값 변동률. /자료=한국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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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대비 12월 아파트값은 서울이 1.52% 오른 반면 지방 8개도는 0.76% 하락했다. 새해 첫주에도 강남구(0.98%), 송파구(0.85%)를 중심으로 서울이 0.26% 상승한 반면 경남(-0.14%)을 비롯해 지방은 0.05% 하락했다. 수도권도 경기 과천(0.21%), 분당(0.18%) 등 강남 인접지역은 올랐지만 인천(-0.02%), 남양주(-0.09%), 시흥(-0.02%) 등은 약세다.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긴 셈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은 공급이 부족하고, 수도권 외곽과 지방은 물량이 넘친다”면서 “다주택자 입장에서는 입지가 떨어지는 비인기 지역 주택을 처분하고 똘똘한 한채만 보유하려고 하면서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 양극화가 더 심화될 우려가 크다는 것. 아직도 집을 내놓지 않은 다주택자들은 장기 보유를 결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양도세 중과가 실행되는 올 4월 이후에는 매물이 더 줄어 매도자 우위 시장이 지속될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정부가 보유세를 올린다면 양도세 중과보다 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며 “마땅한 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들부터 매물이 나올 수 있지만, 그때까지는 매물 품귀 현상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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