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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MK포커스] 팀 운명 쥔 외인선수, 다시 떠올려보는 ‘먹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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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외인선수와의 궁합은 한 팀의 시즌농사 전체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구단들은 스카우트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다. 2017시즌 KIA처럼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뿌듯한 일. 다만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 소위 말하는 먹튀, 혹은 골칫덩이가 영입돼 팀을 고민하게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생생한 2017년 외인잔혹사

LG가 13일 외인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영입하며 2018시즌을 위한 외인선수 구성을 마쳤다. LG의 이번 선택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해 외인타자 때문에 엄청난 속앓이를 했기 때문. 앞서 시즌까지 잘해주던 루이스 히메네스가 부진과 부상으로 고민의 시작을 알렸고 결국 선택한 대체외인 제임스 로니는 구단과 불화를 일으킨 채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대부분이 익숙하게 느꼈을 정도의 커리어를 가진 로니는 이처럼 황당한 결말을 남겼는데 LG의 후반기 동력도 그렇게 사라졌다. LG 팬들의 분노와 탄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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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시즌 먹튀로 기억될 대표적 외인선수들인 션 오설리반(왼쪽)과 제임스 로니. 사진=MK스포츠 DB


지난해 소위 먹튀가 된 외인선수는 로니 뿐만 아니었다. 넥센 팬들은 우완투수 션 오설리반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왔다. 오설리반은 당시 넥센 외인사상 최고액인 110만 달러를 받는 등 큰 기대를 안고 있었지만 정작 시즌 때는 단 3경기 던지는 데 그치며 조기 퇴출됐다. 평균자책점은 15.75. 오설리반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심상치 않게 부진했는데 당시 각종 이유를 대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해달라고 말했지만 구위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조기에 교체카드를 꺼낸 넥센은 오히려 이름값은 부족해도 잘해준 제이크 브리검과 2018시즌 계약도 맺었다.

LG, 넥센에 비해 임팩트는 적었지만 SK 내야수 대니 워스 역시 기대와 달리 초반부터 불길한 전조를 보이더니 일찌감치 짐을 꾸렸다. 마이너리그 시절 출루와 컨택트 능력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캠프 때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전혀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르게 교체됐다. SK 역시 넥센처럼 대체외인 제이미 로맥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는 전화위복이 됐던 것은 다행스러웠던 부분.

그 외 삼성의 투수 앤서니 레나도가 시작도 전부터 다치는 불운이 발생했고 롯데 투수 파커 마켈은 일본 스프링캠프 때부터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국내 팬들에게 인사도 전 교체되고 말았다. 심각한 먹튀라 부르기에는 다소 애매하지만 구단의 일 년 농사를 시작부터 어긋나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던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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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팬들에게는 악몽으로 기억될 외인투수 카리대(사진). 사진=MK스포츠 DB


▲20년 외인역사, 흑역사도 잔뜩

2017년을 넘어 지난 20년(1998년 시작)간 적지 않은 외인선수들이 KBO리그 문턱을 두드렸다. 그 가운데 수많은 사연들도 남았다. 훌륭하게 기억 될 선수들도 있지만 팀을 애간장 타게 만든 아쉬운 선수들이 남긴 임팩트는 아직도 회자되는 이야깃거리.

삼성은 벤덴헐크처럼 실력과 인성 면에서 아름다운 기억을 남기며 팀 왕조구축에 기여한 외인선수들이 많았던 만큼 동시에 속 썩인 선수들도 많다. 대표적으로는 2013시즌 에스마일린 카리대가 유명한데 3경기에 나서 1패, 평균자책점은 27.00에 달한다. 아프고 못 던지고. 말 그대로 최악의 기억만 남긴 투수다. 그래도 당시 삼성은 팀 성적이라도 좋았던 때인데 몇 년 뒤인 지난 2016시즌부터는 앤서니 레온, 콜린 벨레스터 등이 카리대 못지않게 부진 잔혹사를 펼치며 2년 연속 9위라는 팀 성적 하락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화는 2012시즌 당시 실력보다 잦은 관광으로 더 유명했던 브라이언 배스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당시만 해도 배스의 메이저리거 커리어는 대단하게 받아들여졌기에 기대가 컸으나 결과는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48.60. 스스로 슬로스타터라 주장했지만 끝까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대신 부인과 함께 대전지역 여러 곳을 구경하고 맛집 음식을 먹은 사진을 블로그에 자주 올리며 팬들을 분통터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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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사진)의 부진과 행동은 한화 팬들을 한숨짓게 만들기 충분했다. 사진=MK스포츠 DB


지난해 로니에게 상처 받은 LG 팬들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06년, 단 한 경기도 던지지 못한 매니 아이바의 충격을 잠시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전지훈련 때부터 150km의 강속구를 뿌리며 큰 기대감을 안겼으나 이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더니 정작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사라졌다. 기대가 컸던 만큼 상처도 컸던 아이바의 충격적 반전이다.

2014년 이름값으로는 당시 최상급으로 꼽힌 SK의 타자 루크 스캇은 기대를 밑돌았던 결과는 둘째, 공개적인 훈련 장소에서 소속팀 감독에게 항명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퇴출은 당연했던 수순.

그 외 2014년 롯데 외인타자 루이스 히메네스, 2011년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두산의 라몬 라메레스, 2001년 호세 누네스(한화) 등도 부진과 이어진 퇴출이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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