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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공공 대형공사, 갈수록 '기술' 대신 '가격'에 좌우…종심제, 운찰제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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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대형 공공 고속도로 공사 다수…"저가경쟁 심화"

도로뿐 아니라 공공 공사로 확산, 기술력 우선 방식 변경 '必'

뉴스1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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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진희정 기자 =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고속도로 등 공공 대형공사에 적용되는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가 기술력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갈수록 저가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종심제가 균형가격 산정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저가 입찰을 부추기고 운에 따라 낙찰 여부가 결정되는 소위 '운찰제'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저가 경쟁을 하게 될 경우 하청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는 물론 부실공사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건설재해를 유발해 결국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고 우려한다.

◇ 2016년부터 300억원 이상 공사 입찰방식으로 종심제 적용

14일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8개 공구를 2월까지 입찰공고한다. 새만금~전주 간 8개 공구는 2023년 8월 새만금개발지구에서 개최되는 세계잼버리대회에 맞춰 준공돼야 한다. 이 사업은 새만금~김제(26.64㎞) 구간, 김제~전주(28.45㎞) 구간 등 총 연장 55.09㎞의 왕복 4차선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서해안 고속도로와 연결돼 수도권과 전라북도의 물류 이동, 고용 창출 등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총 8개 공구 가운데 종심제가 적용되는 것은 총 6개 공구(1공구, 2공구, 3공구, 4공구, 5공구, 7공구)다. 나머지 2개 공구(6공구, 8공구)는 실시설계 기술제안으로 이뤄졌다.

앞서 도공은 도급금액 기준 약 3조원 규모의 고속국도 제14호선 함양~창녕 건설공사 11개 공구중 종심제 방식의 9개 공구에 대해 가격 개찰을 하고 종합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종심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평가해 입찰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을 선정하는 최저가 낙찰제도를 활용했다. 하지만 덤핑 수주와 담합, 저가 하도급, 공사 품질 하락 등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지난 2016년부터 300억원 이상 시설공사는 종심제를 입찰방식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1년8개월 동안 종심제 낙찰률이 다시 하락하면서 최저가낙찰제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를 비롯해 아파트 공사, 철도기반 공사 등 조달청의 종심제 낙찰률은 2016년 상반기 81.6%에서 2016년 하반기 80.4%(-1.2%p)로 떨어졌다, 2017년 7월에는 다시 79.2%(-1.2%p)까지 하락해 최저낙찰제 시기 수준(75%)에 근접했다.

◇공사수행능력 점수 대부분 '만점'…'균형가격'에 접근하면 낙찰자로

종심제 낙찰률이 하락하고 있는 가장 이유는 저가경쟁을 유도하는 세부 심사기준과 변별력 없는 공사수행능력 평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고속국도 제25호선 강진~광주간 7개공구 건설공사에서 종심제 구간은 2·6공구였다. 2공구는 1794억이 예정가였고 D업체가 1453억원(예가비 80.99%)으로 최고가를 써냈고 H업체는 1398억원(77.97%)을 제시했다. 1534억원의 6공구 공사는 H업체가 1240억원(80.82%)을, 또 다른 H업체는 1153억원(75.18%)를 각각 써냈다.

평가기준은 100점 만점에 공사수행능력 50점과 입찰금액 50점으로 배분됐지만 대부분의 업체가 공사수행능력에서 만점을 받았다. 현재 산정 방식에서 수행능력에서 만점을 받으면 '균형가격' 근접자를 낙찰자로 선정하게 된다.

균형가격은 입찰금액 40%, 하위 20% 이하를 제외한 입찰금액을 산술평균해 근접한 업체를 낙찰한다. 그 결과 평균 13개 업체가 참여한 2공구와 6공구에선 각각 10위로 추정된 P업체와 K업체가 선정됐다. 최저가를 써낸 업체보다 각각 4억원과 3억원을 더 써냈을 뿐이다.

입찰에 참가했던 업체 관계자는 "주요 발주기관들이 공공 건설공사를 집행하면서 입찰참가사들의 '기술 변별력'보다 '집행 효율성'에 무게를 둔 것 같다"며 "종심제를 제대로 하기 위해선 기술형 압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업체들이 최저가 경쟁을 하게 될 경우 하첩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로 이어지고 이는 공사품질 저하와 건설재해의 위험성 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 제도의 재설계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시공능력 평가에 중점, 종심제 균형가격 산정방식 개선해야

업계는 저가경쟁을 유도하는 종심제 균형가격 산정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종심제 균형가격은 현재 상위 40%이상, 하위 20%이하를 제외하고 산정한다. 이를 상위 20% 이상과 하위 20%이하 제외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상·하위 평균금액 제외하지 않고, 상위 분포금액을 더 많이 제외함으로써 균형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종심제가 도입 목적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점수의 비중을 높여 공사수행능력평가의 변별력을 강화하고 평균가격 하락을 유도하는 세부규정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제도가 국제 기준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어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공사수행능력 배점에서 건설인력과 건설안전, 공정거래 등의 비유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다행히 국토교통부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격이 아닌 기술력으로 경쟁하는 문화를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발주청과 업계 간 갑을 관계로 인한 불공정 관행을 바로 잡기로 했다. 지나친 가격경쟁에 따른 저가낙찰로 공사비가 하락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발주제도도 개선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발주제도를 포함해 전체적인 관점에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 기술력량 강화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이지만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면피용 컨설팅이 아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hj_ji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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