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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안정이냐 수익이냐, 연금기금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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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지속가능성 위해 운용수익 올려야

수익성만 좇으면 노후보장 날아갈 수도

채권투자 비중 높여 기금 안정성에 무게

최재식의 연금 해부하기(26)
연금기금을 바라보는 시각은 예나 지금이나 부정적이다. 예전에 바우씨를 비롯한 많은 공직자는 공무원연금의 재정적자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그럴 거야, 그것 말고는 이유가 없어! 기금운용을 잘못해서 그렇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 연금제도라면 당연히 보험료와 연금액이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오류다. 낸 돈이 사라졌으니 운용 잘못이라는 귀결이다. 보험료보다 연금이 많은 구조라든가 세대 간 부양이라는 것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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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제도는 많든 적든 기금을 조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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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많은 사람이 공적연금의 기금 운용을 의심한다. “아마 그럴 거야. 어떤 권력이 개입해서 특정 목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어!”

연금제도는 많든 적든 기금을 조성해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연금기금의 규모와 역할은 재정방식에 따라 크게 다르다. 적립방식에서 연금기금은 급여지급을 위한 책임준비금이다. 적립기금과 그 운용수익금으로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기금운용이 매우 중요하다. 부분적립방식에서는 적립방식보다는 기금 의존도가 낮다. 보험료가 연금지출의 주된 수입원이 되고, 기금운용수익금은 보조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부과방식에서 기금 역할은 위험준비금 내지는 유동성 확보다. 기금은 연금을 지급할 때 단기위험에만 대처하면 된다.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의 적정 기금 규모는 비교적 명확하다. 적립방식은 100%의 책임준비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부과방식은 단기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정도면 된다. 그렇다면 부분적립방식은 기금을 어느 정도 갖고 있어야 할까?

부분적립방식은 제도 초기에 기금을 적립했다가 성숙기에 연금지출 부족분을 메워준 후 부과방식으로 이행되는 경우가 많다. 즉 적립된 기금이 소진된 후에는 그때그때 필요한 만큼 거둬들여 제도를 운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지 말고 일정규모의 기금을 계속 유지하면서 운용수익을 연금재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이렇게 운영한다면 후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경감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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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기금의 운용 원칙 중 첫째는 '안정성'이다. 수익성만 쫓다가 기금을 날려버리면 노후보장도 함께 날아간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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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기금의 운용 원칙은 뭐가 첫째일까? ‘수익성’일까? 그렇지 않다. 고수익에는 고위험이 따른다. 연금기금 운용은 ‘안정성’이 제일 중요하다. 수익성만 쫓다가 기금을 날려버리면 노후보장도 함께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기금을 비롯한 공적연금기금들의 자산 포트폴리오는 대체로 비슷하다. 채권투자가 제일 많다. 수익률은 낮지만 안전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이 주식이다. 주식의 경우에도 액티브 투자보다는 지수를 쫓아가는 안정적인 투자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대체투자도 점점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연금기금 간의 수익률 경쟁 때문이지만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한편 공공성은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나? 거대한 연금기금이 국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연금기금은 어디까지나 가입자들의 재산이다. 가입자의 이익을 먼저 고려해 운용해야 한다. 국가가 연금기금 운용에 개입한다면 결국 연금제도의 재정책임을 국가가 떠맡게 될 수 있다. 국가의 간섭은 기금의 조성목적에 맞게 잘 운용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데 그쳐야 한다.

연금기금의 본래 목적은 연금지급을 위한 준비금이다. 그런데 제도가입자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연금기금의 고유목적 외의 사용은 타당한가?

기금 고유목적 외의 사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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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에 대한 보완적 처우 개선을 위해 연금기금으로 주택지원, 융자 및 복지시설사업 등을 시작했다.(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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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기금의 경우 제도가입자를 위한 후생복지에 연금기금을 사용한다. 제도창설 후 6년만인 1966년 생긴 제도다. 공무원에 대한 보완적 처우 개선을 위해 연금기금으로 복지사업을 시작했다. 주로 주택지원, 융자 및 복지시설사업을 했다. 연금재정이 악화한 90년대 이후에는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복지사업은 중단됐다.

국민연금기금도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연금수급자를 위한 저리의 긴급자금 대출과 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근래에는 보육, 임대주택 등 공공부문에 국·공채 매입 등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에 대한 논의도 있다. 하지만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순수 복지부문 투자는 곤란하다.

연금기금의 운용과 관련해서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것이 의결권 행사다. 국내 공적연금기금들이 주식투자가 늘어나면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란 투자한 주식에 대해 주주로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의결권 행사의 대원칙은 장기적인 주주가치 증대다. 그런데 의결권 행사가 미래의 기대이익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를 평가하기란 만만치 않다. 그래서 기금운용 주체들은 ‘의결권행사지침’을 마련해 공정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연금기금이 모든 보유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전체 주식 대비 기금의 보유지분율이나 기금의 주식투자총액 대비 해당 주식 ‘보유비중’이 일정수준 이상인 경우에만 의결권을 행사한다. 한편 원칙적으로 연금기금은 기업경영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다. 하지만 연금기금의 의결권 행사로 기업 입장에서는 까다로운 시어머니를 만난 것은 사실이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silver20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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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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