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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항저우가 대륙의 스마트시티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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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저장성 항저우(杭州)하면 거대한 인공호수 시후(西湖)가 먼저 떠오릅니다. 미려항주(美麗杭州)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관광지죠. 그런데 요즘은 강력한 대항마(?)가 생겼습니다. 항저우하면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알리바바 회장 마윈의 도시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시후이건 알리바바건, 3년 반만의 항저우 방문은 기분 좋은 옛 기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전엔 관광 목적이었는데, 이번엔 대륙의 '스마트시티'라는 별칭을 확인하기 위해서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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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에서의 생활은 현금, 신용카드가 없어도 스마트폰, 모바일로 웬만한 일상생활이 가능합니다. 마트는 물론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도,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탈 때도 스마트폰으로 결제합니다. 병원에 가서는 의사 눈앞에서 모바일로 진료비를 결제하고요, 각종 공과금 납부도 마찬가집니다. 비록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사람마저 모바일 결제를 받는다는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만큼 항저우의 일상에선 모바일 결제가 상용화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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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사실 이런 모바일 결제는 중국의 여타 도시들도 마찬가집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라는 거대 회사가 모바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고, 이 두 회사 외에도 수많은 군소업체들이 모바일 결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모바일 결제는 당연한 중국의 일상의 모습이 돼버렸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베이징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베이징에선 위챗페이(텐센트)를 더 많이 쓰는 것 같은데, 항저우는 즈푸바오(알리바바)가 훨씬 많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항저우는 알리바바의 도시니까요. 알리바바 본사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위챗페이 결제가 가능하냐고 물어봤다가 어디 와서 위챗을 찾냐는 꾸지람(?)도 들었습니다.

항저우엔 안면인식 결제시스템도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인식으로 결제하는 거죠. 얼굴을 등록하기만 하면 휴대전화 없이도 결제가 가능합니다. 얼마나 정확할지가 관심이었는데, 가발을 쓰거나,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하거나, 여러 사람이랑 함께 섞여 있더라도 등록된 얼굴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 같았습니다. 안면인식 결제시스템을 갖춘 유명 패스트푸드점에 가봤더니, 신기하긴 한데 생각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만 이용하는 정도였습니다.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되다 보니, 안면인식 결제까지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겠죠. 또 항저우에 안면인식 결제시스템이 설치된 매장도 많지 않다고 하네요. 사실 안면인식 결제시스템은 인근 상하이에 더 많습니다. 안면인식 결제가 가능한 마트도 있고, 지하철도 생긴 상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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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상하이가 항저우보다 더 스마트시티에 어울리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알리페이 관계자는 대륙의 스마트시티는 단연 항저우라고 단언합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설치나 그걸 이용하는 사람의 단순한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가 스마트시티 여부를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설명을 하면서 말입니다. 이런 기술들의 상용화의 문제는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와 경제력과 더 큰 관련 있다는 거죠. 그러면서 이런 상용화 기술들의 원천이 바로 항저우라면서, 항저우야말로 원조 스마트시티라고 했습니다.

항저우가 어떻게 원천 스마트시티가 될 수 있었던걸까요? 우선 알리바바가 항저우에 있다는 사실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 건 분명합니다. 세계최대의 인터넷 회사인 알리바바와 알리바바와 유관한 여러 회사들이 항저우에 온라인 환경을 구축해놨다고 봐도 될 듯합니다. 알리바바를 중심으로 항저우엔 중국은 물론 전세계의 수많은 IT 인재들이 모여들고, 이들은 누구도 전에 해본 적이 없는 시도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 관계자는 이걸 '혁신'이란 말로 표현했습니다. 이런 혁신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영역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이야말로 개인은 물론 기업과 국가도 '윈-윈'하게 만든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게 스마트시티 항저우를 구현하는 기본 정신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스마트시티 구현의 밑거름은 데이터입니다. 시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흔적처럼 남기는 각종 데이터 말입니다. 이렇게 모인 '빅데이터'를 잘 연결하고 융합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발휘하느냐가 스마트시티 건설의 수준을 좌우하는 것입니다. 알리바바 그룹 클라우드 계열사인 알리바바 클라우드의 민완리 박사가 재미있는 표현을 하더군요. 프롬더피플(from the people), 바이더피플(by the people), 포더피플(for the people). 링컨 대통령의 명언 중 오브더피블(of the people)만 프롬더피플(from the people)로 바꿨습니다. 즉 데이터를 사람들에게서 얻어서, 사람들에 의해서 운용되고, 사람들을 위해서 사용하겠단 의지의 표현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스마트시티의 밑거름인 데이터를 잘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 즉 빅데이터를 연결하고 융합할 수 있는 대뇌 역할을 하는 기능이 핵심 요소일테죠. 항저우엔 이런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시티브레인(City Brain), 도시 대뇌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항저우는 시티브레인의 활동영역으로 교통 빅브레인을 구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가 출시했더라도 다른 차들이 지금처럼 사람이 운전하는 상황이라면, 자율주행차는 단지 구경거리에 불과할 겁니다. 궁극적으론 자율주행은 단순히 인공지능 자동차 뿐만으로 구현되는 게 아니고 도시의 교통 시스템 자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마트 결합체여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 겁니다. 인구 900만명이 사는 항저우는 중국내 교통지옥으로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교통지옥으로 악명높은 베이징, 상하이, 하얼빈보다 훨씬 더했습니다. 항저우 도심 구조를 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항저우의 자랑인 거대한 시후(西湖)가 도심에 버티고 있으니, 시후 지역을 가로지르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라 교통혼잡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항저우의 교통 사정 해결을 위해 도시 교통 대뇌가 나선 겁니다. 모든 시내 교통상황 정보를 실시간으로 흡수하고 이걸 실시간으로 연산처리해서 시내 신호등을 조정합니다. 단순히 시간에 따라 신호등이 바뀌는 게 아니라 교통량과 돌발 상황 등을 고도로 계산한 결과에 따라 신호등이 조정된다는 얘깁니다. 이런 시도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교통 흐름은 전보다 15%나 빨라졌고요, 구급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도 절반으로 단축됐습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스마트시티의 구체적인 모습이 실현되고 있다고 평가 할만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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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 클라우드의 민완리 박사는 미래의 도시는 고층건물과 쇼핑몰이 얼마나 많은지로 발달 여부로 평가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시티브레인, 즉 도시 대뇌의 용량이 얼마나 되는지, 계산속도는 얼마나 되는지 등이 그 도시의 문명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또 도시 구분을 마치 개인용 컴퓨터 성능 구분하듯이 386급 도시, 486급 도시, 펜티엄급 도시로 구분할 거란 얘기도 더했습니다. 결국 빅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수집하고, 이걸 연결 융합해서 스마트하게 관리하고, 시민을 위한 어떤 공익에 쓰는지가 그 도시의 품질을 좌우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스마트시티는 희망찬 미래만을 보여주는 걸까요? 현재 감지되고 있는 애로 사항은 뭘까요? 스마트시티에 대한 희망적인 얘기만큼이나 불안 요소에 대한 점검도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선 지금도 여러가지 얘깃거리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점을 감안한 상황에서 당장 알리바바 클라우드 측이 밝힌 애로 사항 첫 번째는 데이터 생산빈도가 들쭉날쭉한 점입니다. 예컨대 데이터 획득이 1초마다 진행되어야 하는데, 장소에 따라, 데이터 수집장치에 따라 데이터 획득 속도가 불균형한 경우를 말합니다. 도시 대뇌는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 상황을 그려내야 하는데, 획득된 데이터가 서로 다른 시각의 정보라면 정확한 실제 상황을 그리기가 어렵겠죠?

또 다른 불안요소로 언급하는 점이 가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 정보가 비정상인 상황은 물론이고, 누군가 고의로 가짜 정보를 제공하는 상황이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겠죠. 가짜 데이터로 인한 상황 판단, 그에 따른 결과물이 어떤 재앙을 불러일으키는지는 드라마나 영화속 단골 메뉴 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데이터 처리시스템이 오류가 발생했거나 아예 정지됐을 때 얼마나 빨리 복구할 수 있느냐의 문제도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으로 보면 심장에 이상이 생긴 사람을 얼마나 빨리 심폐소생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같습니다. 이는 스마트시티가 더 발전하면 할수록 고민의 심각성이 더 커질 수 밖에 없겠죠.

중국 정부는 내후년까지 500개의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항저우는 대륙의 대표 스마트시티라 불릴 만한 거 같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얼마나 많이 상용화됐는지의 관점을 넘어 빅데이터와 이를 이용한 각종 유기적인 기능을 연결된 미래 사회에 대한 그림을 잘 그려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해 보이지만, 항저우에 충만한 창의적인 마인드와 도전정신, 거기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이 어우러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항저우를 다녀와서 보니 '중국이 벌써 이 정도야?'라고 놀라기 전에 우리의 준비가 얼마나 됐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 스마트폰·얼굴만 있으면 결제 완료…스마트시티 '항저우'

[정성엽 기자 j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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