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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수 제로 패전투수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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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서 투구수 ‘제로’(0)인 패전투수가 나올 수 있을까?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기존 야구 규칙이 아닌 미국이 지난해 도입한, 그리고 일본이 올해 도입하기로 한 ‘자동 고의4구(볼넷)’ 규칙이 있다면 가능하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지난 11일 일본야구규제위원회는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더라도 수비 측 감독이 구심에게 고의4구 의사를 수신호로 밝히면 타자가 볼넷을 얻어 1루에 출루하는 규칙을 도입하기로 했다. 프로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인 야구에도 올해부터 적용된다.

자동 고의4구는 공을 던지기 전에도 선택할 수 있고, 볼카운트가 불리해졌을 때 선택할 수도 있다. 자동 고의4구를 선택한 순간 ‘볼넷’이 되지만 투구수는 추가되지 않는다. 따라서 구원 등판한 투수가 첫 타자를 상대로 자동 고의4구를 선택한 뒤 교체되고, 다음 등판한 투수가 이 주자에게 득점을 허용했을 경우 이론상으로는 ‘투구수 0 패전투수’라는 진귀한 기록이 나올 수 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이 자동 고의4구 규칙을 도입했다. 경기 시간 단축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메이저리그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5분으로, 전년 대비 약 4분 늘어났다. 물론 타격전이 많아졌기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자동 고의4구의 도입에 따른 효과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동 고의4구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갈린다. 불필요한 부분을 생략하게 돼 경기 시간이 줄어든다면 찬성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의4구도 경기의 일부”라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지 않아도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 고의4구가 도입되면 ‘고의4구 드라마’가 사라져 야구의 재미가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982년 한신의 투수가 9회 2사 1,3루 상황에서 고의4구로 타자를 내보내려다 폭투를 해 끝내기 패배를 당한 적이 있다. 1999년에는 한신의 타자가 연장 12회 1사 1,3루에서 상대 투수가 고의4구를 위해 뺀 공을 쳐서 3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빠져나가는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야쿠르트의 신인 투수가 7회 2사 2,3루에서 고의4구로 타자를 거르려다 폭투하는 바람에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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