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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박병호 때문에 왔던 채태인, 박병호 때문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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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년 만이다. 채태인(36·롯데)은 2번째 트레이드를 경험했다. 아마도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그의 트레이드 배경에는 결정적으로 박병호라는 존재가 컸다.

채태인은 2016년 3월 22일 삼성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 됐다. 두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삼성은 선발투수로도 쓸 수 있는 불펜을, 넥센은 무게를 잡아줄 중심타자가 필요했다. 그러면서 서로 주축 선수를 내줬다.

구자욱을 주전 1루수로 기용할 계획이던 삼성은 포지션 중복 고민도 지웠다(공교롭게 구자욱은 1년 만에 외야수로 이동했다). 당시 지명타자는 이승엽이었다. 채태인의 입지가 줄었다.
매일경제

채태인. 사진=김재현 기자


넥센은 채태인을 원했다. 홈런왕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진출로 떠났다. 뚜껑을 열기 전이었지만 전반적으로 넥센의 타선이 약하다는 평가였다(그러나 넥센은 2016년 팀 타율 0.293으로 2위였다).

2015년 타율 0.348 116안타 8홈런 49타점의 채태인은 넥센의 고민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채태인은 2015년까지 삼성의 주전 1루수였다. 수비 실력도 뛰어났다. 박병호의 빈자리를 메울 적임자였다.

다만 채태인은 넥센에서 지명타자로 출전하는 횟수가 많았다. 염경엽 전 감독은 채태인의 허벅지 통증을 이유로 윤석민(kt)을 주전 1루수로 활용했다.

채태인은 넥센에서 2시즌을 보냈다. 타율 0.303 216안타 19홈런 134타점 74득점을 올렸다. 2016년 주춤했으나 2017년 다시 일어섰다. 많은 경기(109)를 뛰지 못했으나 건재함을 과시했다. 넥센이 기대했던 대로 채태인이 타선의 중심을 잡아줬다.

그렇지만 더 이상 채태인이 박병호의 빈자리를 메울 ‘필요성’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박병호가 돌아왔다. 넥센은 2017년 11월 27일 박병호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포스트시즌 탈락 직후 1달간 공을 들여 작업했다.

FA 자격을 취득한 채태인이 시장에 나온 것은 2017년 11월 8일. 보름여 사이 상황이 묘하게 바뀌었다. 넥센이 채태인과 협상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어수선한 내부 상황도 있었으나 박병호의 복귀가 직격탄이었다. 넥센의 한 관계자도 “박병호가 최대 변수였다”라고 설명했다.

박병호가 합류하면서 넥센은 2016년 3월의 삼성 고민을 똑같이 안게 됐다. 포화 상태였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전 경기를 뛰었다. 2015년에도 144경기 중 140경기에 출전했다. 붙박이다. 구자욱처럼 장영석의 성장도 채태인을 위협했다. 초이스, 이택근 등 지명타자 후보도 많았다.

결국 넥센은 채태인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롯데에 내주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유망 투수 박성민을 데려갔다. 넥센이 어느 정도 물러설 수밖에 없던 거래였다. 채태인은 FA 시장 개장 65일 만에 새 둥지를 틀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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