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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더,오래] 카지노딜러에서 교수로 인생항로 바꾼 '꿈 배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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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Y문화예술실용전문학교 카지노딜러학과 고주선 교수

"카드 대신 학생들에게 꿈 나눠주는 드림딜러가 내 직업"

이상원의 포토버킷(12)
먼저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 LOY(로이)문화예술실용전문학교(구 인천문예전문학교) 카지노딜러학과의 고주선(40) 교수를 만나기 전까지 필자는 ‘카지노딜러’에 대해 잘 몰랐다. 카지노는 몇 년 전 회사 출장으로 마카오를 방문했을 때 호텔 통로를 따라 지나가며 한번 흘끔 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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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Y문화예술실용전문학교 카지노학과 고주선 전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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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딜러 하면 오래전 유행했던 TV 드라마를 떠올리며 드라마 ‘올인’의 송혜교를 떠올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냥 서서 손님들에게 카드를 나눠 주고 칩을 회수하는 직업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고 교수는 15년 남짓 카지노딜러로 활동하다가 최근 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인생스토리와 설명을 듣고 난 뒤에야 비로소 카지노딜러의 세계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카지노딜러는 전문성은 물론 서비스 마인드, 매너, 커뮤니케이션 능력까지 고루 갖춰야 하는 미래유망직종으로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으로 떠오른지 오래됐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고 교수에게 지금처럼 카지노딜러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던 시절에 어떻게 직업으로 딜러를 선택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첫직장은 전문대학 교직원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전문대학교 교직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고 교수는 새벽과 야간에 영어학원과 전문대학을 다니면서 열심히 미래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승무원이 되고 싶었는데, 우연히 한 TV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당시 개장을 준비하고 있던 강원랜드의 카지노딜러 훈련과정을 그린 현장 VJ 프로그램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기 전인 2000년 말 워커힐 카지노의 딜러 모집에 지원해 합격한 뒤 6개월간의 훈련을 거쳐 꿈에 그리던 카지노딜러가 되었다. 잠재돼 있던 열정과 서비스마인드에 학습이 더해져 전문적인 딜러가 돼 가는 과정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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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딜러 시절의 고주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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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는 1년여 기간 동안 현장 딜러로 근무하면서 카드·주사위·칩 등을 딜링하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서비스마인드와 매너’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딜러는 우선 게임규칙을 꿰뚫고 있으면서 고객에게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이 기분 좋게 게임을 즐기게 전체 흐름을 리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카지노의 직원으로 회사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하니까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하지요. 겉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업무 강도가 높은 직업입니다.”

마침 세종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시간강사로 카지노 실무와 카지노 서비스에 대해 강의할 기회가 생긴 고 교수는 ‘고객서비스(C/S : Customer Service) 강사양성 아카데미’까지 수료해 프리랜서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딜러 출신이라는 경력에다 경험을 살린 재미있고 열정적인 강의 덕분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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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학과 강의실에서 딜링 시범을 보이는 고주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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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의 카지노설립추진단에 합류해 ‘세븐럭카지노’ 설립에 기여할 수 있었던 것도 딜러와 C/S 강사로 활동하며 실무와 이론 경험을 함께 다진 덕분이었다. 이후 GKL에서 딜링 교재를 제작하고 서비스 교육을 담당하며 딜러로서도 큰 활약을 했다.

이후 고 교수는 육아를 위해 몇 년간 현장을 떠났다가 2017년 가을 첫 직장인 워커힐카지노에 딜러로 복귀했고, 그녀의 경력과 열정을 눈여겨 본 상사의 소개를 통해 LOY문화예술실용전문학교 카지노학과 전임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동안 틈틈이 카지노딜러의 세계, 전문직업정신 등에 대해 강의를 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교수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하지 않고 수락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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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에게 '선택'을 주제로 강의하는 고주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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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서비스마인드에 대해 강의중인 고주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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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최근 사회 초년생들에게 ‘꿈과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어요. 경험을 살려 누군가의 꿈을 옆에서 돕는 것이 참으로 보람 있는 일이라고 느꼈지요. 그러던 참에 교수 제안이 와서 기뻤습니다. 강의할 때 저를 ‘드림딜러(Dream Dealer)’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진짜 드림딜러가 된 기분입니다. 이제는 카드 대신에 꿈을 나눠 줘야지요!”

고객들에게 카드를 나눠주는 카지노딜러와 후배들에게 직업정신을 전수해 주는 강사로 활약하다가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꿈을 나눠주고 훈련을 시켜야 하는 ‘드림딜러’로 변신한 고 교수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질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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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위주의 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라는 고주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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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대감으로 두근거리기도 하지만 한편 무거운 책임감도 느낍니다. 현장에서 딜러로 활동하고 후배들을 교육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거든요. 카지노학과를 졸업했다는데, 거의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입사 후 몇 개월간 훈련과정을 따로 거친 후라도 고객들 앞 테이블에 설 수 있는 경우는 그래도 다행입니다. 흔한 말로 견적이 안 나오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딜러는 실력보다 직업정신이 중요”
고 교수는 딜링 실력보다 인성과 직업정신이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금방 배울 수 있고 연습하면 당연히 좋아지지만, 정신적인 부분은 학생 때부터 제대로 배워 기초를 닦아두지 않으면 입사해 무척 고생할 수밖에 없고 큰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학교에서 실질적인 직업교육과 훈련기회를 제공하면 회사에서는 재교육에 들이는 시간과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LOY문화예술실용전문학교 출신은 바로 게임 테이블에 세울 수 있을 만큼 실력도 좋고 인성 또한 훌륭하다는 말을 듣는 게 첫 번째 목표입니다. 출근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LOY문화예술실용전문학교가 학생들에게는 좋고 교수들에게는 아주 힘든, 바람직한 모습을 제대로 갖춘 학교라고 느껴져 기대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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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하프타임을 제2의 꿈과 함께 시작한다는 고주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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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직원에서 딜러로, 딜러에서 교수로 어찌 보면 쉽지 않은 변신을 거듭하며 새로운 꿈에 도전해온 고 교수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현재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혹시 모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배우며 준비했지요. 교직원 시절엔 새벽에는 영어학원을, 저녁에는 전문대학교에 다녔습니다. 딜러로 일하면서도 C/S 강사학원에 다녔습니다. 육아 중에도 강의기회가 생기면 마다치 않고 먼 거리라도 달려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점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지금 조금 더 힘들게 뛰어 두면 나중에 조금 더 편하게 걸을 수 있더라고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필자는 문득 고 교수의 남편에 대해 궁금해졌다. 남편의 이해와 협조가 없다면 쉽지 않았을 과정이라 생각되어 물었다. 한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기 시작했다. 인터뷰하는 동안 보여준 모습 중 가장 신이 난 얼굴이었다.

“현재 GKL 일본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어요. 태권도 일본국가대표 코치로 올림픽 메달도 땄고요.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잘 이해해준 면도 있지만, 저의 꿈에 관해 자주 물어봐 줍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는데 다 들어주고 기억했다가 응원하고 도와줍니다. 남편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거예요. 정말 고마운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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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교수에게 비행기 안에서 프로포즈를 한 남편 조창용 씨.




고주선 교수와 남편 조창용 씨(45)는 처음 만난 날로부터 100일 만에 결혼식을 올렸고, 프러포즈도 하늘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 했다고 한다. 출발부터 남달랐던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갈 하프타임 이후의 후반전 인생이 궁금하다.

이상원 밤비노컴퍼니 대표·『몸이 전부다』저자 jycy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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