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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묻기 전에'...빅데이터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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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발병국가 다녀왔습니까?...묻고, AI 발생 농가 반경 3km내 살처분...묻고]

#최근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 확진 사례가 늘면서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비상이 걸렸다. AI 발생농가를 방문한 축산차량들의 경로를 추적해 선제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역본부의 이같은 대응은 약 5만대의 축산차량에 GPS(위치확인시스템)를 달아 이동경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더하면서 훨씬 수월해졌다.

#지난 연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발생 국가인 중동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A씨. 귀국 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감염병 신고 안내 등의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며칠 후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 A씨가 의사에게 중동 여행 사실을 말하기 전에 의사가 이를 알고 있어 깜짝 놀랐다. 여기에는 A씨의 휴대폰 로밍 정보가 활용됐다.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 ICT(정보통신기술)가 인간과 동물의 감염병 확산 방지에 이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철새로 인한 AI 발병을 막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국내기업이 제안한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가 지난해 G20(주요 20개국) 공동선언문에 채택되는 등 글로벌 성과로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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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KT



◇축산차량 경로 추적 등으로 AI 고위험 지역 예측·선제대응=검역본부는 축산차량 이동, 동물검역자료, 농가정보 등이 담긴 ‘KAHIS’(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란 경보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특히 철새가 아닌 축산차량 운행이 AI의 주원인으로 분석되면서 검역본부는 이 KAHIS 데이터를 KT의 빅데이터 분석과 연계, 2014년 AI 확산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AI 발병 시 축산차량의 위치정보 등을 활용해 해당 농장을 다녀간 차량을 역추적, 어떤 농장으로 AI가 확산할지 위험도를 예측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게 한다.

구체적으로 AI 발생 농장의 명단을 통해 발병 전 잠복기에 방문한 축산차량들이 그후 어떤 농장을 방문했는가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그 차량이 가축이동용인지, 분변처리용인지, 사료운송용인지 등 용도와 이후 방문지역이 농장 밀집지역인지 분산지역인지, 기존 발병한 지역과 거리는 어떤지 등을 파악해 전파 가능성을 예측한다.

실제 2016년 전남 강진에서 AI가 발생했을 때 전체 3000개 읍·면을 대상으로 확산위험도를 5단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위험도 4·5로 분류된 16개 지역 중 광주와 담양 2곳에서 AI가 발생했다. 모든 지역에 방역과 검역을 시행할 경우 엄청난 비용이 드는 만큼 이 예측모델을 활용했다면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모델의 적중률이 84%에 달한다고 KT 측은 설명했다.

KT는 AI, 구제역에 대한 동물감염병 확산 예측 모델을 가축 축종에 상관없이 예측하도록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검역본부와 KT는 IoT 등을 이용, 농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방문이력을 전자적으로 기록하고 데이터화할 예정이다.

다만 AI의 경우 철새 등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 예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량 이동 등을 통한 수평적 확산 차단은 가능하지만 철새에 의한 수직적 확산 차단은 쉽지 않다는 것.

이와 관련, KT 관계자는 “AI 발생 확인 즉시 읍·면·동 단위까지 경보를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지역농가에 IoT센서기술을 적용하면 의심증상이 나타난 경우 시료채취 및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ICT를 이용한 시스템을 AI 초동대응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로밍·카드데이터로 감염병 확진자 동선 등 파악=동물뿐 아니라 인간 감염병 확산 방지에도 빅데이터 활용은 예외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KT와 함께 2016년부터 세계 최초로 감염병 우려 지역을 다녀온 국민에게 감염병 예방 및 신고요령 등을 문자(SMS)로 전달하는 ‘해외 유입 감염병 차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AI 확산 방지에 빅데이터를 이용한 KT가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등의 감염병 확산에 통신데이터를 활용하자고 제안한 것. 2016년 KT 가입자에게만 우선 적용됐으나 현재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가입자 모두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이 서비스는 질병관리본부가 해외 감염병 오염지역 정보를 통신사에 제공하면 통신사는 가입자의 로밍정보를 확인, 오염지역을 방문한 고객의 정보만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한다.

기존 출입국 관리시스템으로는 해외여행자의 최종 출발지는 파악할 수 있지만 경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5년 발생한 국내 메르스 사태에서는 최초 발병자가 메르스 발병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경유한 사실을 숨겨 큰 혼란이 일기도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정보를 활용, 감염병 우려지역 방문자에게 감시기간(최대 21일)에 감염병 신고 안내 등의 문자를 발송한다. 특히 감염병 우려지역 방문자가 증상발현이 의심돼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DUR(Drug Utilization Review) 조회로 관련정보를 담당의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앞으로 로밍데이터뿐 아니라 BC카드가 보유한 카드데이터도 함께 분석해 감염병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를 파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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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KT



한편 지난해 독일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세계 보건문제 예방과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이 채택되면서 질병관리본부와 KT 등이 함께 추진하는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가 세계로 확대되는 기반이 마련됐다. 공동선언문에는 ‘국제적 보건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 중심으로 국제적 협력방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감염병에 따른 경제적 손실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세계 건강위협 프레임워크위원회’(GHRF)가 2016년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잠재적 감염병 위협이 전세계에서 연평균 600억달러 넘는 경제적 손실을 끼친다”고 추산했으며 이에 따라 G20은 WHO 중심의 감염병 대응체계를 마련키로 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 6월 황창규 KT 회장은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회의에서 “전 세계 이동전화 사용자 약 73억명의 해외 로밍정보를 분석하면 감염병의 전파경로를 정확히 추적할 수 있다”며 전세계 800여개 통신사가 참여하는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제안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제안한 프로젝트가 전세계적으로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ICT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며 “민관협력으로 국격제고에 기여한 사례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지수 기자 lj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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