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집단 반발의 이면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이 안 보인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다. 이들은 가상 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라며 "처음으로 가져본 꿈을 빼앗지 말라"고 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자신도 잘살 수 있을 거란 꿈,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꽉 막힌 현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가상 화폐가 자신을 구원해줄 "인생의 동아줄"로 등장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청년 세대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실은 갈수록 고단해져 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외환 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솟고, 갈 곳 없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어렵게 취직해도 사교육비며 주거비 부담에 출산조차 망설이게 된다.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방팔방 옥죄는 현실이 수많은 청년을 가상 화폐 대박 꿈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만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세계가 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20~30%인 나라들도 적지 않다. 청년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지금도 지방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공장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느 정부도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기회를 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병(病)을 고치려면 입에는 쓰지만 약(藥)을 먹어야만 한다. 그 약은 규제 개혁과 노동·교육·공공·금융 등의 구조 개혁이다. 이 벽을 깨야 경제에 활로가 뚫리고 자연히 새 세대에 문이 열린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인기가 없다고 모두 방치해왔다.
이런 나태와 무책임이 쌓이고 쌓여 사면초가와도 같은 청년 세대의 역경을 낳았다. 정부가 바뀌어도 인기 위주 선심 정책은 더 심해지고 있다. 고작 한다는 일자리 정책이 공무원 더 뽑는다는 정도다. 그 와중에 집값은 줄기차게 치솟고 있다. 청년들이 투기장에서 대박 꿈을 꾸는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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