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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상 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라는 2030세대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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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가상 화폐 규제에 가장 격렬하게 반발한 것은 20~30대 청년 세대였다. 지난 11일 법무부의 '거래소 폐쇄' 발표가 나오자 이들은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몰려가 항의 글을 올리고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에 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대통령 뽑은 것을 후회한다"는 등의 성토도 쏟아냈다. 현 정권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층인 청년들이 이토록 거세게 반발할 것이라고는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체 가상 화폐 투자자의 60%인 180만명이 20~30대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청년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땀 흘려 성취하는 대신 가상 화폐 투자에 뛰어들어 '대박'을 염원하고 있다. 보통 일이 아니다.

청년들 집단 반발의 이면엔 우리 사회에서 희망이 안 보인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담겨 있다. 이들은 가상 화폐가 "마지막 희망"이라며 "처음으로 가져본 꿈을 빼앗지 말라"고 하고 있다.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 자신도 잘살 수 있을 거란 꿈,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꽉 막힌 현실에서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가상 화폐가 자신을 구원해줄 "인생의 동아줄"로 등장했다고 느끼는 것이다.

청년 세대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현실은 갈수록 고단해져 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외환 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솟고, 갈 곳 없는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리고 있다. 어렵게 취직해도 사교육비며 주거비 부담에 출산조차 망설이게 된다. 아무리 월급을 모아도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 쉽지 않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는 점점 사라질 수밖에 없다. 사방팔방 옥죄는 현실이 수많은 청년을 가상 화폐 대박 꿈으로 몰아넣었다.

어느 누구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우리만이 아니라 2000년대 이후 세계가 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20~30%인 나라들도 적지 않다. 청년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지금도 지방엔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는 공장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정책 당국자들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어느 정부도 청년들에게 일자리와 기회를 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지 못한 채 시간만 보냈다. 병(病)을 고치려면 입에는 쓰지만 약(藥)을 먹어야만 한다. 그 약은 규제 개혁과 노동·교육·공공·금융 등의 구조 개혁이다. 이 벽을 깨야 경제에 활로가 뚫리고 자연히 새 세대에 문이 열린다. 하지만 노조가 반대하고 인기가 없다고 모두 방치해왔다.

이런 나태와 무책임이 쌓이고 쌓여 사면초가와도 같은 청년 세대의 역경을 낳았다. 정부가 바뀌어도 인기 위주 선심 정책은 더 심해지고 있다. 고작 한다는 일자리 정책이 공무원 더 뽑는다는 정도다. 그 와중에 집값은 줄기차게 치솟고 있다. 청년들이 투기장에서 대박 꿈을 꾸는 나라가 어디로 가겠나.-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