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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지금 國政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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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 생활과 경제, 금융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정책을 7시간 만에 뒤집은 일은 정부의 국정 능력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만든다. 가상 화폐 거래소 폐쇄 조치와 관련해 대통령 주요 지지층인 20~30대가 청와대 게시판에 집단으로 몰려와 "대통령 지지했던 걸 후회한다"고 항의하자 그만 백기를 들었다. "확정되지 않았다"며 지지층을 달랬다. 300만명이 하루 최대 6조원을 거래하는 시장에 사전 예고도 없이 기세등등 나타나 정문에 대못을 박겠다고 나섰던 정부가 몇 시간 만에 겁먹은 듯이 꼬리를 내린 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한 정책이었다. 한국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세계에 광고한 셈이 됐다.

새 정부 출범 후 지난 8개월간 발표한 정책이 한나절 새 없었던 일이 되거나 며칠 단위로 오락가락한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연말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국 5만곳의 유치원·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 수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가 미확정, 금지, 유예 등을 종잡을 수 없게 오가고 있다. 수업 금지 발표 하루 만에 "확정된 바 없다"고 번복했다가, "금지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했고, 비싼 영어 학원을 보낼 형편이 안 되는 학부모들이 반발하자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포함해 1월 중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수능 개편도 당장 할 듯하다가 쑥 들어갔다. 경제부총리가 "세금 인상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공언했는데 두 달 만에 세금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상위 10%가 포함되는지 아닌지는 아직도 모른다. TV 뉴스에 나온 사드 발사대 반입을 정부만 모르고 있다가 '보고 누락' 소동을 일으켰고 미·중 양쪽에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한·일 위안부 합의도 백지화할 듯하다가 그만둬 일본의 반발을 사고 위안부 할머니들로부터도 "속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전술핵 재배치, 대북 해상봉쇄와 같은 중대한 안보 정책도 국방부, 청와대 말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 주식 처분에 관해 2년 전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해 재계를 경악하게 했다. 다음에 또 무엇이 번복되고 뒤집힐지 아무도 모른다.

새 정부는 문제 정책에 대한 비판에는 완전히 귀를 닫고 있다. 잘못이 있어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 표현대로 '눈 하나 깜짝 않는다'. 그런데 지지층이 기침만 해도 정부가 감기에 걸린다. 지금 국정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부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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