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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막 나가는 입… 美언론을 시험에 들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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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아프리카는 똥통(shithole)"

공식 석상서 특정국가 향해 욕설… 언론사마다 보도처리 놓고 고심

조선일보
"뉴욕시가 얼어 죽을 만큼 추워서 지구온난화가 필요하다" "멕시코는 마약과 강간범들을 미국으로 보낸다"…. 대선 후보 때나 대통령이 되고 나서 도널드 트럼프가 쏟아낸 수많은 저속한 말과 글(트윗)엔, 미국 언론도 이골이 났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특정 국가에 대해 가진 생각을 공개적으로 표현한 '상욕(常辱)'은 얘기가 다르다. 트럼프는 11일 백악관에서 열린 연방 상·하원 의원들과의 이민자 문제 회의에서 "왜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 같은 '똥통(shithole)'에서 온 사람들을 우리가 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이티·엘살바도르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해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뱉은 욕을 어떻게 보도할지를 놓고 미 언론사마다 고민했다고 12일 보도했다. 11일 저녁 NBC 뉴스의 앵커는 'shithole' 발언을 보도하기 전에 "어린 시청자에겐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ABC 뉴스 진행자는 "대통령이 우리가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상스러운 표현을 썼다"고 했다. 많은 TV 방송사는 이 단어 중간을 별표(*)로 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트위터로 자신이 쓴 말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NYT는 평소 트럼프 발언에선 '망할(damned)' '젠장(shit)' 등의 욕설이 '양념'처럼 뿌려지지만, 이번엔 '뉴스 가치' 탓에 여느 때처럼 '빈 공간(blank)' 처리할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NYT는 결국 제목엔 '상스러운 표현(vulgar language)'으로 에둘러 썼다.

미국 정치인의 사적 대화에서 저속한 표현은 드물지 않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2000년 유세 때 자신에게 비판적인 NYT 기자를 보자, 마이크가 켜진 걸 모르고 "메이저급 쓰레기(asshole)"라고 했고, 그의 부통령 딕 체니는 연방 상원의원에게 "엿 먹어라(Go f*** yourself)"고 했다. 심지어 점잖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가수 카니에 웨스트를 "멍청이(jackass)"라고 불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런 '저속'의 기준을 훨씬 아래로 낮췄다. 2016년 유세 중에 "스타가 되면 여자들은 자신의 '성기'를 쥐어 잡아당겨도 허용한다"고 한 그의 과거 발언이 불거졌을 때에도 미 언론은 '전달'에 애를 먹었다.

[이철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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