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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신생아 감염 사망·대리수술, 대학병원까지 이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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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81분 사이 차례로 숨진 4명의 신생아는 오염된 주사제를 맞아 패혈증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의료진이 영양제를 개봉해 주사용기에 넣는 과정에서 오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맞은 신생아들은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다. 이대목동병원은 사고 두 달 전 산모와 아기의 건강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상을 받았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병원의 관리 부실도 속속 드러났다. 숨진 4명의 신생아에게 모두 로타 바이러스가 검출됐고, 사고 이후 다른 병원으로 옮긴 12명 중 9명도 감염 상태였다. 로타 바이러스가 사망 원인은 아니지만 감염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얘기다. 게다가 신생아가 숨지기 며칠 전부터 당직 체계에 공백까지 있었다. 당초 신생아 중환자실, 소아병동, 소아응급실을 아울러 전공의 5명이 상시 대기해야 하지만 사고 당일 고작 2명만 당직을 섰다고 한다. 시한폭탄을 안은 듯 병원은 위태로웠던 셈이다.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한 전문의는 9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를 통해 호소문을 냈다. 그는 의료 인력도, 투자도 한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음 비극의 당사자는 저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이대목동병원과 의료진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신생아 의료 시스템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는 세상의 빛도 못 보고 떠난 작은 생명들과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아이를 보내야 했던 부모들을 위한 정부의 소임이다.

2015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우리는 부실한 의료체계의 민낯을 목격했다. 최근에는 국립대병원 중 두 번째로 큰 부산대병원에서 교수가 후배 의사에게 23차례 대리 수술을 시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내 의료기관의 마지막 보루라는 대학병원들이 이러면 환자와 가족들은 어디에 소중한 생명을 맡겨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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