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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자다가 뒤척이는데 허벅지 뼈가 뚝… 골절도 황당한데 내가 폐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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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호의 뼛속까지 정형외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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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전문의 유재호 박사의 '뼛속까지 정형외과'를 격주로 연재한다. 유 박사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정형외과 박사학위를 받은 뒤 국립경찰병원 정형외과 과장, 순천향대·경희대 조교수 등을 지냈다.

일흔 넘으신 할아버지가 허벅지 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오셨다. 자다가 뒤척이는데 갑자기 허벅지가 뚝 하더니 움직일 수 없어서 응급차에 실려 오게 되었다고 했다. 엑스레이 사진에서 보이는 부러진 뼈의 가장자리가 날카롭지 않고, 부러진 뼈의 경계가 녹아 보이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혹시나 하고 추가 검사를 해 보니 폐암이 발견되었다. 평소에 건강에 별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오셨던 할아버지는 다치지 않고도 갑자기 뼈가 부러진 것도 당황스러운데, 자신에게 폐암이 있고, 암이 전이되어서 자신의 허벅지 뼈가 부러졌다는 말을 듣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암 진단을 받은 할아버지는 이제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까? 부러진 뼈는 뼈대로 치료를 하고, 폐암에 대해서는 암대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선, 부러진 뼈에 대해서는 정형외과 수술을 받으셨다. 요즘은 수술 기법이 많이 발전해서 환자의 여명(餘命)이 4주 이상, 즉 한 달 정도 더 살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수술하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그 이득은 통증 조절뿐만 아니라 자가 위생, 즉 대소변 처리라는 문제이다. 남은 여생 동안 아프고 대소변 처리를 잘 못하는 것보다, 덜 아프고 위생 처리를 잘하는 것이 훨씬 더 삶의 질이 높다. 너무 아파서 스스로 거동도 하지 못하고 자기 대소변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환자의 자존심이 얼마나 무너질까.

폐암은 폐암대로 내과에서 치료를 받으셨다. 일단 전이가 되었으므로 폐암 자체에 대해서 흉부외과에서 수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으며, 조직 검사를 통해서 어떤 형의 암인지 파악하여 항암 치료를 받으셨다.

이후에 할아버지는, 부러진 뼈는 수술로 잘 고정이 되어서 혼자 걸어서 화장실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으며, 항암 치료 반응도 좋아서 3년째 생존해 있다.

이 할아버지는 폐암의 첫 번째 증상이 허벅지 뼈의 골절이라는 흔하지 않은 경우이다. 정형외과 의사 입장에서도 매우 조심해야 하는 경우이다. 처음에 암 전이를 의심하지 않고 그냥 골절이라고 생각하고 골절에 대해서만 수술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에 처음 골절이 되었을 때 암을 의심하고, 찾아내지 않았더라면 암이 더 진행되었을 때 다른 증상으로 암이 발견되었을 것이고, 이후의 예후는 상당히 다르게 진행되었을 것이다. 처음에 그 의심을 할 수 있었던 실마리가 있다. 큰 충격이 없었는데도 뼈가 부러졌다는 것과 엑스레이 사진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던 덕분이다. 뭔가 보통의 경우와 다르다면 무시하지 말고 왜 그런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확인했다. 환자는 항상 의사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 준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제대로 배울지 말지는 의사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유재호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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