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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예술 - 무용] 재공연으로 높아진 밀도, 레퍼토리화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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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블린파티 ‘옛날 옛적에’

중앙일보

장광열 춤비평가·숙명여대 겸임교수

공연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다. 고블린파티(Goblin Party)의 ‘옛날 옛적에’(1월 5-7일 CKL스테이지)는 재공연을 통해 완성도가 더 높아지는 무용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기우를 통렬하게 깼다. 공연은 흰색 도포에 갓을 쓴 세 양반(임진호·이경구·지경민)이 등·퇴장 없이 60분 동안 무대에서 노니는 것으로 전개됐다.

지팡이로 변신한 곰방대, 양산이 된 부채, 의자로 돌변한 북과 장구, 여기에 징이 더해지면 타악 합주가 되고, 강강술래는 앉아서 연희했다. 도포 자락을 살짝 손으로 터치하는 순간 움직임은 더 크게 확장되고, 댄서들의 몸은 거의 떨어지지 않은 채 솔로 춤, 2인무, 3인무로 변주된다. 지체의 접촉과 떨어짐이 만들어내는 접점, 그 타이밍은 정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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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 돋보인 고블린파티의 ‘옛날 옛적에’. [사진 CKL스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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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된 음악 역시 춤추기 좋은 곡을 선호하는 안무가들의 관행에서 저만큼 비켜나 있다. 두 발바닥을 이용해 북을 치거나 머리로 징을 두드리기도 한다. ‘심청가’ 중 한 대목, 몽금포 타령, 전라도 사투리, 임금과 신하 사이에 오가는 어휘를 변형시킨 인성(人聲)은 의표를 찌른다. 템포와 톤의 변화, 언어의 뉘앙스까지 그 자체가 음악으로 치환된다.

냉동고에 보관되었던 ‘전통’을 해동해 조리한 음식은 전혀 새로운 맛이었다. 소재를 파고드는 집요함과 기발한 아이디어, 블랙코미디 속 유머가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상상력을 더해 해체된 옛것, 잘 나열된 전통의 파편들은 관객들의 현대적인 감성을 깊숙이 터치했다.

이 작품은 초연 이래 20여회 각기 다른 계층을 상대로 공연되면서 작품의 순도가 더 높아졌다. 흑과 백으로 통일된 의상과 소품은 강렬한 대비로 시각적 효과가 살아났고, 장면과 장면 사이의 느슨함은 매끄러워졌다. 갓 속에 곱게 빗어 감아놓은 상투, 넓은 소매의 두루마기, 발목을 졸라맨 대님 등 옛 선조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것들을 색다르게 느끼고 상상력을 더해 움직임의 확장으로 이어간 감각은 빼어났다. 안무가들이 직접 댄서로 변신, 공동창작을 통해 표현의 밀도를 내밀하게 조율한 것도 창조적인 춤의 원천이 되었다.

춤의 재공연 기회가 많아지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경쟁력 있는 레퍼토리로 재탄생되는 무용계의 새로운 흐름은 새해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광열 춤비평가·숙명여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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