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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호주식 브런치'는 뭐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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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카페는 커피와 브런치 함께 즐기는 곳

빌즈 이후 지난해 카라반·써머레인 잇따라 문열어

파블로바·래밍턴 등 디저트 함께 즐겨야 호주식

호주를 생각하며 음식부터 떠올리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표적인 미식의 나라인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유럽 국가에 비해 역사가 짧고, 오랜 기간의 이민정책으로 다양한 문화가 융합돼 있어 오랫동안 즐겨온 고유의 전통 메뉴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와 함께 브런치를 즐기는 건 빛 좋고 공기 좋은 호주에선 누구나 즐기는 일상이다. 호주 국적의 대런 모리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호텔 총지배인은 "커피를 즐겨 마시는 호주에는 곳곳에 레스토랑과 카페가 있다"며 "1990년대부터 문화·음식·와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늘면서 브런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후 호주 사람들에게 브런치는 굉장히 중요한 일상이 됐다"고 설명했다. 호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김안나(32) '써머레인' 대표도 "호주에선 한 블록마다 2~3개의 카페가 있고 이들은 매일 오전 6시면 문을 열고 커피와 브런치, 디저트를 판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에선 카페가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호주에선 커피와 함께 브런치나 식사를 하는 공간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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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레스토랑 빌즈의 '풀 오지'(사진 속 하단 접시). 영국식 아침식사의 호주 버전인 풀 오지는 스크램블 에그와 사워도우, 베이컨, 토마토, 버섯, 소시지를 담아낸다. [사진 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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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즈' 오픈 후부터 호주 음식 관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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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문을 연 빌즈 잠실점. 호주식 브런치 문화를 한국에 알렸다. [사진 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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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호주식 브런치 문화가 한국에 본격 소개된 건 2014년 카페 '빌즈(bills)'가 잠실 롯데월드몰에 문을 열면서 부터다. 빌즈는 1993년 호주 출신의 셰프 빌 그랜저(Bill Granser)가 시드니에 처음 연 카페로 이후 런던·도쿄 등 세계 10여 곳에서 호주 스타일의 브런치 문화를 알리고 있다. 잠실뿐 아니라 2호점인 광화문점에도 늘 사람들로 북적이며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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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써머레인. 김안나 대표는 "골목마다 브런치 카페가 있는 호주처럼 주택가에 브런치 가게를 열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써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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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호주식 브런치 카페 두 곳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먼저 문을 연 곳은 호주인 셰프가 운영하는 호주식 다이닝 '카라반'이다. 2월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지하 1층에 1호점을 열었고, 12월엔 도산공원 앞에 2호점을 오픈했다. 오후 3시까지 브런치 메뉴를 판다.

7월엔 이태원에 '써머레인'이 문을 열었다. 호주로 요리 유학을 다녀온 김안나·이주아(28)씨가 의기투합한 호주식 카페로 이씨는 요리를, 김씨는 디저트를 맡고 있다. 이태원 주 도로에서 한 블록 안쪽 주택가에 있지만 문을 여는 오전 8시30분부터 커피와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호주 브랜드 T2의 차도 판매하는데 '맬번블랙퍼스트'가 인기다.

다양한 문화가 담긴 건강한 브런치

'호주식 브런치'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이 즐기던 미국식 브런치와 뭐가 다를까. 사실 빵 위에 수란을 올린 에그베네딕트나 프렌치토스트 등 이름과 겉모습만 보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맛은 확연히 다르다.

바로 식재료 때문이다. 다양한 식문화가 융합된 특성상 호주에선 미국에 비해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김잭 빌즈 운영팀장은 "호주의 브런치는 미국과 동일하게 달걀·샐러드·과일·버거·샌드위치 등을 사용하지만 그 외의 식재료에선 차이가 있다"며 "라임·레몬그라스·코코넛밀크·피시소스·고수·미소·고추장 등 아시안 식재료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빌즈의 인기 메뉴인 연어샐러드는 피시소스·고수·민트·자몽 등을 넣어 동남아시아 요리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피시커리는 인도 요리인 커리를 호주 스타일로 바꾼 것으로 흰살 생선에 오이·고수·단호박 등을 얹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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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음식엔 국적이 없다. 다양한 나라의 요리를 한 그릇에 담는다. 사진은 빌즈의 메뉴 중 피시커리로 인도식 커리에 흰살 생선과 고수, 오이를 담아낸다. [사진 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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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청정 자연환경을 가진 호주에는 좋은 식재료가 풍부하다. 덕분에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선 유기농 식재료를 주로 사용한다. 한국의 호주 브런치 카페도 식재료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 카라반은 호주산 유기농 밀가루를 사용해 빵을 만들고, 빌즈는 브런치 메뉴의 주 재료인 달걀은 방사유정란만 고집한다. 실제 이러한 호주 브런치의 특징은 식재료에 관심이 높아진 국내 분위기와도 잘 맞아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식빵 대신 시큼한 사워도우…디저트도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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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의 아보카도 토스트. 매장에서 구운 사워도우 위에 아보카도 퓨레를 얹은 메뉴로 볶은 시금치와 수란을 추가했다. 송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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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의 주 재료인 빵도 다르다. 예를 들어 브런치 대표 메뉴인 에그베네딕트나 토스트를 만들 때 미국에선 잉글리쉬 머핀이나 식빵을 주로 사용하지만 호주에선 사워도우를 주로 사용한다.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식사 빵으로 처음엔 시큼한 맛이 나지만 씹을수록 쫄깃하고 풍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카라반·써머레인 두 곳 모두 사워도우 위에 으깬 아보카도를 올린 토스트를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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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브런치 카페에선 디저트까지 맛보는 게 자연스럽다. 사진은 호주의 대표 디저트인 파블로바. 써머레인에서 판매한다. [사진 써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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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브런치 카페에선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주아 대표는 "호주에선 브런치를 먹은 후 케이크나 쿠키를 포장해 가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브런치 카페라고 브런치만 먹고 일어서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맛있는 디저트까지 맛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메뉴가 파블로바와 래밍턴이다. 호주를 대표하는 디저트인 파블로바는 바삭하게 구운 머랭 위에 생크림과 각종 과일을 얹은 케이크다. 1920년대 전설적인 발레리나였던 러시아의 안나 파블로바가 호주를 방문했을 때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래밍턴은 잼을 바른 바닐라 스폰지 케이크에 초콜릿을 입히고 그 위에 코코넛을 뿌린 과자로 19세기 후반 퀸즈랜드 주지사를 지낸 래밍턴 경의 요리사가 만들었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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