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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의 미술 소환]내생성 디메틸트립타민을 위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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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룬 미르자 특유의 사운드 비트와 이미지가 혼성되어 있는 공간을 지나가야 했다. 그는 눈에 보이지도, 귀에 들리지도 않는 전기를 잡아내 전기가 흐르는 과정을 시각적, 청각적으로 드러내 보이곤 했다. 특정 속도로 깜박이는 불빛, 스크린의 영상, 잡음 같기도 한 소리로 드러나는 전류는, 흩어져 있는 개별적인 존재들이 서로 다양한 모드로 복잡하게, 하지만 그 나름의 조화를 지향하면서 연결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하룬 미르자가 조율한 빛과 소리의 파장 안으로 진입한 몸은 곧 그가 연출한 전류의 관계망과 동기화된다. 그 몸은 하룬 미르자의 세상에 안착하는, 아니면 포섭당하는 기분을 맛보곤 한다.

현란한 공간 너머에는 ‘내생성 디메틸트립타민을 위한 방’이라 명명한 밀실이 있었다. 작가는 이 공간을 통해 ‘의식이 물질을 통제할 수 있는가’와 ‘물질이 의식을 통제할 수 있는가’ 하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조사하고 싶었다. 물질과 의식, 진리와 신념 사이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리니치 대학교와 임피리얼 칼리지의 연구자들이 그의 조사에 협력했다. 그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데 탁월하고, 꿈을 꿀 때, 그리고 사람이 죽기 전에 가장 많이 분비되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는 디메틸트립타민(DMT)을 작품 제목으로 끌어왔다. 외부의 감각을 박탈당한 공간에 들어가면 인간의 의식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는 예술의 이름으로 실험했다. 사람들은 빛도 소리도 완전히 차단된 무반향실에 들어가 10분 정도 머물렀다. 몸에 지니고 있던 휴대전화, 가방 같은 소소한 물건들은 모두 밖에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간다. 외부의 정보를 온전히 차단한 이 공간의 침묵은 자연스럽게 내 감각을 내 안으로 집중시켰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내가 만난 것은 내 안에서 쏟아져 나오는 잡음이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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