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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평창 스타 인터뷰] 지지 않는 꽃 이상화···"평창은 나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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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올림픽 맞는 '빙속여제' 이상화

첫 올림픽 토리노선 '눈물'

밴쿠버 첫 金 따며 '인생역전'

소치땐 역대 세번째 500m 2연패

이번엔 동계올림픽 3연패 도전

"고다이라와 대결도 승산있다"

서울경제


생애 첫 올림픽인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5위를 기록하고는 눈물을 쏟았던 이상화(29·스포츠토토). 그는 2010밴쿠버올림픽을 앞두고는 달력의 2월16일에 큰 동그라미를 그려넣었다. ‘인생역전!’이라는 글과 함께였다. 고교 행정실에서 근무하던 이상화의 아버지 이우근씨와 봉제 일을 하던 어머니 김인순씨는 밴쿠버올림픽 전 해외 전지훈련 비용을 대기 위해 은행에서 700만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달력에 써넣은 포부처럼 이상화는 2010년 2월16일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빙속)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세 번째 올림픽인 2014년 소치 대회 때는 경기 전날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또다시 나에게 찾아온 결전의 날. 반갑다 또 도전할게.’ 이상화는 역대 세 번째로 빙속 여자 500m 2연패를 달성했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다. 오는 2월18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역사적인 레이스를 펼친다.

이번에도 금메달이면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첫 3연패다. 3연패면 물론 좋지만 월드컵 랭킹 2위의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서 네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것 자체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이상화의 팬들은 “평창에서 메달을 따든 못 따든 당신은 이미 레전드”라고 말한다. 이상화는 주변의 이런 반응이 고맙고 힘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더 부담 없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12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우승을 끝으로 올림픽 실전 리허설을 마쳤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인코스에서 뛰었고 기록은 38초21. 자신이 2013년 세운 세계기록 36초36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달 마지막 월드컵 레이스에서의 36초79에도 못 미쳤지만 이상화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레이스 뒤 소감을 묻자 그는 “선발전 때보다 못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준비가 잘된 것 같다. 38초5 정도를 예상했는데 그보다 잘 나왔다”며 “특히 초반 100m 기록에 신경을 썼다. 빙질이 (국제대회 경기장보다) 강해서 레이스가 다소 버거운 곳이라 오늘 낸 10초5의 기록이라면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했다.

밴쿠버에서의 인생역전 각오, 소치 때 밝힌 도전정신과 연결해 이번 올림픽 각오를 물었다. 이상화는 “이번에는 ‘평창은 제 것’이라는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잖아요. 그것 자체로 크나큰 행복이기도 하니까 축제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는 레이스를 펼치려고요.” 그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강조하며 “이미 2개의 금메달도 있으니 메달 색깔에 관계 없이 실수 없는 레이스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지난 시즌 종아리 부상 탓에 슬럼프를 겪었던 이상화는 “현재 컨디션은 85%까지 올라왔다”며 “곡선이 약간 심한 강릉 경기장이 저랑 잘 맞는다”고 자신감도 내비쳤다.

잘 알려졌듯 이상화는 랭킹 1위인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2)를 넘어야 3연패를 이룰 수 있다.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선수로 꽤 사이도 좋다. 몇 년 전만 해도 그저 그런 선수였던 고다이라는 소치올림픽 뒤 네덜란드로 2년간 자비 유학을 다녀온 뒤 기량이 급성장했다. 올 시즌 7차례 레이스를 모두 우승했다. 이상화는 은 5, 동메달 1개. 둘의 격차는 최소 0.15초다. 이상화는 “그 선수와 제 스케이팅 영상을 분석하고 있다”며 “조금만 더 보완하면 승산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두 차례 레이스가 주어지는 월드컵과 달리 올림픽은 한 번으로 끝난다. 이상화는 “월드컵은 2차 레이스도 잘 뛰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한 번의 레이스는 저한테 오히려 좋은 것 같다”고 했다. “돌아보면 지켜야 한다는 압박 때문에 소치올림픽이 가장 힘들었어요. 지금은 한 계단 밑에서 따라가는 입장이라 오히려 편합니다. 제집, 제 홈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대회이기도 하고요.”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올해 첫날에도 쉬지 않고 훈련한 이상화는 2월25일 생일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생일이 지나도 만으로는 서른이 아니라 29세”라며 웃어 보인 이상화는 “생일이 평창올림픽 폐막일이다. 의미 있는 폐막식을 맞고 싶다”고 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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