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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G 블로그 | CES 2018, 포스트 운영체제 시대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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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상비서의 세상이다. 운영체제는 그 속에서 살고 있을 뿐이다.

올해 CES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이목이 쏠렸던 인텔의 키노트나 해가 지나도 바뀌지 않는 TV, 심지어 스트립댄스를 추는 로봇도 아니다(솔직히 로봇의 폴댄스는 약간 흥미로웠다).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많은 전시의 좀 더 중요한 발표와 행사장을 뒤덮은 현수막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연결선이다. 마치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함성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가상비서의 시대가 도래했다. 모든 것은 이제 부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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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이 아니다. 구글이 손을 떼지 않는 이상, 앞으로의 전쟁은 모두 인공지능과 이를 제공하는 디바이스를 둘러싸고 벌어질 것이다.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로 가능한 많은 방법으로 협력업체와 사용자를 모으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로 한때 가장 중요했던 운영체제는 핵심축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기존의 경쟁업체인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는 달리, 구글은 언제나 크로스 플랫폼 업체였다. 즉 어떤 방식으로든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며, 구글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구글이 가상비서에 투여하는 자원과 관심의 수준은 거의 지진급의 변화이다. 진정한 포스트 운영체제 정신의 시작으로, 이제 어떤 운영체제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은 어떤 가상비서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나 크롬 OS가 아니라 가상비서를 주력 생태계로 보고 있다. 지난 가을 열린 구글의 하드웨어 행사를 생각해 보라. 이 행사에서는 신형 스마트폰과 노트북, 스마트 스피커 등 다양한 하드웨어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 모든 제품을 아우르는 공통의 주제는 ‘구글 어시스턴트 통합’이었다.

이번 주 CES에서도 구글의 가상비서에 집중하는 모습은 마찬가지였다. 구글이 하드웨어 제조업체와 일반 사용자 모두에게 정말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는 가상비서로 가고 있다. 얼른 올라타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것이었다.

구글의 모든 비즈니스는 온라인 광고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돈다. 구글이 하는 모든 것, 안드로이드 폰의 판매까지도 궁극적으로는 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웹 서핑 시간이 줄어들고, 더 많은 시간을 앱과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데 쓰면서 온라인 광고 산업의 미래가 위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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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어시스턴트는 모든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TV나 헤드폰, 다양한 종류의 스마트 스피커나 디스플레이를 통해 집안 곳곳에 둘 수 있다. 또한, 구글 어시스턴트는 물론 경쟁업체들도 빠르게 기업 환경으로 진입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오토와의 통합을 통해 자동차에도 들어간다. 구글 어시스턴트가 전통적인 구글 검색상자의 차세대 버전처럼 퍼질 것이다. 더구나 화면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가 가는 모든 곳에 따라다닌다.

이런 차이가 중요하다. 액센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 스피커 사용자의 2/3가 여흥이나 온라인 쇼핑, 일반 정보 검색에 스마트폰을 이전보다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연말연시에 구글 홈의 사용량이 2016년보다 9배나 증가했다는 구글의 자체 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구글이 구글 어시스턴트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집중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이유로 구글과 아마존이 자사의 가상비서가 통합된 스마트 스피커를 연말연시에 실질적으로 거저 줘버렸을 것이다. 지난 12월에는 바닥에 이른 가격 덕분에 홈 미니와 에코 닷 판매는 잘해야 본전, 아니면 밑지는 장사였던 것으로 추정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이런 전략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미니 출시 이후 평균 “1초에 한 대 이상의 구글 홈 디바이스”를 판매했다고 한다. 아마존의 에코 닷은 연말연시 동안 아마존 사이트의 최대 판매 제품으로 “수백만 대”가 팔렸다.

두 업체의 목표는 분명 즉각적인 판매 수익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상비서 생태계에 투자하고 이를 가장 우선적인 정보원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 시장 선두주자로서의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곳에 자사 가상비서가 존재하도록 한다는 야심도 구글과 같을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아마존도 대응할 수 있는 몇 가지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구글은 널리 사용되는 서비스, 지메일, 구글 포토, 캘린더 등을 가지고 있으며, 확실한 방법으로 이들을 구글 어시스턴트와 매끄럽게 통합한다. 적수가 없는 막대한 지식 데이터베이스는 범용적이면서 개인화도 되어 있다. 이 모든 정보를 구글 어시스턴트가 이용할 수 있으며, 요청에 따라 즉각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 잘 훈련된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와 크롬북 군단이 세계 곳곳에 깔려 있다. 도달 범위와 생태계, 그리고 제공되는 가치에 있어서 아마존에는 힘든 경쟁 상대가 아닐 수 없다. 같은 맥락에서 빅시를 밀고 있는 삼성에는 열 배는 더 힘든 상대이다.

구글에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사용자가 구글의 운영체제를 사용하면서 구글 어시스턴트도 사용하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안드로이드나 크롬 OS를 사용한다면, 특히 이들 플랫폼에서 구글의 서비스도 이용한다면, 구글은 자사 서비스가 사용자의 디바이스에 통합되는 방식이나 사용자 경험을 더 잘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CES에서 확인했듯이 구글의 핵심 목표는 이제 하나의 운영체제나 제품보다 훨씬 크다. 현재 구글의 목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으로 자주 검색을 하지 않는 세상에서도 전세계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살아남는 것이다. 이 목표의 핵심에 있는 것이 구글 어시스턴트이며, 한때 결정적인 요소였던 운영체제는 이제 구글 어시스턴트 주위를 도는 수많은 위성의 하나일 뿐이다. editor@itworld.co.kr

JR Raphael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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