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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스피커, 밑지고 파는 '수상한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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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스피커가 시장에 '거저' 풀리고 있다. 언뜻 업체들의 '시장 선점' 전략으로 보이지만 사실 '경험 선점'이란 분석이 더 적확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AI스피커시장에 저가 물량공세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60% 넘게 할인해 주거나 일부는 아예 공짜로 뿌리기도 한다. 아마존과 구글,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AI스피커를 대폭 할인해 판매하더니 최근 LG유플러스는 무료 증정 프로그램까지 선보였다.

일견 '출혈 경쟁'처럼 비치지만 다 전략의 산물이다. 바로 '사용자경험(UX)' 선점. 단기적인 판매·보급보다는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의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주도권을 확보하는 길이란 것이다.

이 전략에는 2000년대 아이폰 출시의 교훈이 반영돼 있다. 아이폰은 기존 휴대폰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아이폰 등장 후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검색을 하고, 실시간 채팅을 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과 그 연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는 이런 '경험'의 확산이 기폭제가 됐다는 판단이다.

아이폰은 손가락 '터치'가 경험의 매개였다면, AI스피커의 무기는 '음성'이다. 음성을 통해 쇼핑·검색 등을 반복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용자를 자신의 플랫폼 고객으로 확보하는 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것 저것 선택하지 않고 바로 뭔가를 (음성을 통해) 즉시 제어할 수 있는 경험, 이는 홈 사물인터넷(IoT)시장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점에서 사업자들은 AI스피커가 시장에 최대한 많이 뿌려지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600만개 이상의 AI스피커를 판매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해 연말 블랙프라이데이를 적극 활용했다. 이때 49달러짜리 '구글홈미니'를 29달러에 팔았다.

아마존도 50달러에 팔던 소형 AI스피커 에코닷을 29달러에 내놨다. 업계에서는 이런 할인 덕에 에코닷이 1000만대 이상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기업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 중이다. 네이버는 12만9000원짜리 '프렌즈'를 네이버뮤직 정기결제 소비자에게 5만원에 팔고 있다. 할인율이 무려 61%다. 카카오는 '카카오미니'를 58% 할인된 4만9000원에 판매해 20여분 만에 완판했다. LG유플러스는 이달 31일까지 유플러스TV에 신규 가입하거나 IoT 패키지 상품 5종에 가입하는 소비자에게 12만9000원짜리 '프렌즈+'를 무료로 주기로 했다.

시장조사기관 CIRP에 따르면, 아마존 에코 이용자가 아마존에서 쇼핑해 지출한 금액은 연평균 1700달러에 달했다. 유료회원 전용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이용자의 1300달러보다 높았다. CIRP는 "에코 소유자들이 비소유자들보다 더 많은 매출을 발생시킨다"며 "이 같은 지출 패턴을 볼 때 아마존은 에코 단말 판매 때 더 많은 보조금을 제공해도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음성이 손가락 터치보다 조작이 쉽기 때문에 실버세대를 새 수익기반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어린이들은 귀여운 디자인의 AI스피커에 관심을 보이고, 그 경험에 익숙하게 하면서 음성플랫폼의 잠재고객이 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사업자들은 보편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자사의 AI스피커를 시장에 서둘러 출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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