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더,오래] 몸의 '엑기스' 침, 뱉지 말고 삼켜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침과 땀은 진액 섞인 대사의 결과물

진액 부족하면 건강에 문제 생겨

억지로 땀 빼는 사우나 조심해야

박용환의 동의보감 건강스쿨(14)
중앙일보

사골국.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유~ 이번 일 하면서 진이 다 빠졌네.”

“사골국 끓일 때는 뼈를 모아 푹 고아서 진을 다 빼내야 해요.”

“이 약초 속 진액을 모아 만든 화장품입니다.”

땀과 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동의보감 내경편 권2에 있는 ‘진액’편을 들여다봤다. 앞서 살펴본 정·기·신·혈 네 가지 성분 중 정·기·신 세 개는 다분히 관념적인 면이 있어서 현대 생물학에 물들어 있는 분은 정확한 뜻을 알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혈은 지금의 피의 개념과 거의 유사하고, 관념적인 부분이 일부 있지만 겉으로 뻔히 드러나니 이해가 쉽다.

그런데 이런 네 가지가 섞여 겉으로 보이는 물질대사의 결과물이 있으니 그것을 통칭해 ‘진액’이라 부른다. 위의 세 문장을 가만히 보면 진, 진액이라는 말이 꼭 들어간다. 쉽게 이야기하면 정·기·신·혈 같은 인체 구성성분의 엑기스라 할 수 있다.

진은 식물의 껍질을 벗기거나 나뭇잎을 세게 문지르면 나오는 끈적한 액체같이 생물체의 수액 대사의 결과물을 말한다. 생명력이 깃들인 기운이 액체 형태로 모인 것으로 생명 기운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인체 내에서 진액은 여러 형태로 나타나게 되는데 흉수나 복수 같은 부드럽고 유동적인 형태는 진, 관절낭액이나 뇌척수액같이 끈적하고 고여있는 형태는 액으로 분류한다. 침과 땀(그리고 눈물과 콧물까지)은 진액이 한 데 섞여 흘러나오는 대사의 결과물이다.

진액이 있어야 영양공급이 이루어진다. 피부에 진액이 있어야 맑고 윤기가 나고, 없으면 푸석하고 주름이 생긴다. 모발이 풍성한 것도 진액 덕분이다. 잇몸이 분홍빛으로 건강해 이를 잘 지탱해 주는 것, 콧속이 촉촉해 편하게 숨 쉴 수 있는 것, 눈이 건조하지 않고 맑은 것은 모두 진액이 잘 돌아서다.

진액 넘치면 피부에 윤기가 좌르르
중앙일보

비염. [중앙포토]




피부를 건강하게 하려고 화장품을 아무리 좋은 것을 써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 화장품은 겉만 보호하는 작용선에 머무르기 때문이다. 피부에 윤기가 좌르르 흐르게 하려면 몸 내부에 진액이 넘쳐 흐르게 하면 된다. 아토피의 가려움이 화장품만으로 잡히지 않는 것이 이 때문이다. 안구건조증, 비염, 탈모 등 모두 마찬가지다.

몸 안쪽의 질환도 진액과 관련된 것이 많다. 장 속에 흐르는 진액의 흐름이 잘못돼 고이게 되면 복수가 차고, 흉곽에 물이 고인다. 근육에 진액이 잘못 흘러 굳어 버리는 것이 담음이다. 보통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이 안 돌아가고 어깨가 굳어 담이 결리는 것을 말한다.

감기에 걸려 폐의 진액에 염증이 생긴 상태가 가래다. 관절강에 진액이 가득 차야 손가락, 무릎, 어깨 관절이 삐걱거리지 않고 부드럽다. 척추의 디스크 자체도 큰 진액 덩어리다. 허리디스크를 단기적으로는 침으로 치료해 편안하게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한약으로 진액을 보충한다.

진액이 온몸에서 이렇게 소중하게 쓰이는데, 이것을 함부로 빼게 되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다. 온몸을 돌아다니는 진액이 바깥으로 나오는 것이 땀이다. 체온이 높아지면 생리적인 땀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운동을 적당히 해 땀을 빼면 노폐물도 빠지면서 개운해진다.

중앙일보

체온을 일부러 높여 억지로 땀을 빼는 사우나를 자주하면 진액이 소모된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체온을 일부러 높여서 억지로 땀을 빼는 사우나를 자주 하면 진액이 소모된다. 한의학에서 땀은 혈, 즉 피와 같은 개념으로 본다. 땀을 빼는 것은 피를 빼는 것과 같으니 조심하라는 뜻이다. 반신욕과 족욕도 땀이 뽀송뽀송하게 나올 때 그만두어야지 땀이 주르륵 흐르면서 입은 옷이 축축해지면 건강에 더 나쁘게 작용한다.

그래서 땀이 저절로 바깥으로 나오는 것을 경계했다. 식은땀이라 불리는 자한, 도한이 그것이다. 특히 잘 때 식은땀이 축축하게 흘러서 이부자리나 베갯머리가 흥건해지는 정도가 되면 진액이 빠져나가는 증상이라 아주 안 좋게 본다. 이런 사람은 체력이 떨어져 항상 골골하면서 산다. 반드시 보약 계통의 한약이 필요하다.

슬플 때 눈물이 나는 것은 정상이지만 바람이 분다고, 혹은 이유 없이 눈물이 고이는 것은 진액이 새는 것이다. 맛있는 것을 보면 침이 고이는 것은 정상이지만 침이 바깥으로 흐르는 것을 몰라서 질질 흘리게 되면 진액이 새는 것이다.

진액 중에서 침은 뇌의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거울이다. 큰 병을 앓거나 뇌의 기능이 떨어질 때 침 분비가 확 줄어든다. 치매 환자 방사선 치료 후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뇌 활동 좋으면 침도 많아져
중앙일보

잘 때 식은땀이 축축하게 흘러서 이부자리나 베갯머리가 흥건해지는 정도가 되면 진액이 빠져나가는 증상이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침이 풍부하다는 것은 몸 전체의 진액이 풍부한 것뿐만 아니라 뇌 활동도 그만큼 좋다는 뜻이다. 옛 선인들은 침을 뱉는 것을 굉장히 경계했다. 이를 자근자근 씹어서 침을 고이게 한 다음에 꿀꺽 삼키는 것을 건강법의 으뜸으로 꼽았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침을 계속 뱉고 다닌다면? 바로 진액을 스스로 소모하고 다니는 것이다.

코에서 콧물이 쉴 새 없이 나는 비염, 귀에서 물이 나오는 중이염도 진액 병이다. 또 우리 몸의 원기가 모여 신(장)에서 만든 진액이 있으니 그것이 정액이다. 그런 이유로 동양에서는 건강을 위해서 성생활을 적당히 하기를 권했다. 사람마다 적당히라는 정도가 차이가 크게 나긴 하지만 내 몸이 상할 정도로 성생활을 하는 것이 진액소모가 가장 많은 일이다.

진액 부족으로 생기는 질환들을 쭉 살펴보면서 나는 혹시 진액을 소모하고 있는 생활을 하는 건 아닌지 살펴보자. 마지막으로 동의보감 구절을 인용하며 진액 편을 마친다.

진인은 항상 침을 뱉지 않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입안의 진액은 아주 귀한 액이라 종일토록 침을 뱉지 않고 머금고 있다가 삼키면 정기가 항상 머무르게 되고, 얼굴과 눈에 광채가 있게 된다. 사람의 몸은 진액을 근본으로 하는데 진액은 피부에서는 땀이 되고 육에서는 혈이 되고, 신에서는 정이 되고, 입에서는 진이 되고, 비에 잠복해서는 담이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 된다. 땀·혈·눈물·정이라는 것은 모두 한 번 나오면 다시 거둘 수 없으니 오직 침만은 다시 거둘 수 있다. 다시 거둔다는 것은 삶을 살린다는 것이며 또한 생명을 잇는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주 침을 뱉어 진액이 말라 몸이 마르게 되었는데 지인(至人)을 만나 진(津)을 거두어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이를 오랫동안 반복했더니 몸이 윤택해졌다."

-동의보감


박용환 하랑한의원 원장 hambakusm@hanmail.net

중앙일보

우리 집 주변 요양병원, 어디가 더 좋은지 비교해보고 싶다면? (http://news.joins.com/Digitalspecial/210)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제작 현예슬]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