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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빨간 뚜껑, 이제 간이 딱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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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도 독한 소주의 귀환… 젊은 층·미식가 즐겨찾기 시작

"도수 낮은 소주보다 잡내 덜해"

조선일보

/정인성 기자


회사원 이준수(38)씨는 최근 부모님 댁이 있는 서울 응암동 한 수퍼마켓에 갔다가 흔히 '빨간 뚜껑'이라 부르는 알코올 20도짜리 소주가 쌓여 있어 놀랐다. 회사 근처 술집이나 식당에선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씨가 "이 동네에 노인들이 많이 살아서 가져다 놓은 거냐"고 묻자, 수퍼 주인은 "무슨 소리, 젊은 손님들도 많이 찾는다"고 대답했다.

소주 도수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사라지는 듯했던 '왕년의 독한 소주'가 되살아나고 있다. '빨간 뚜껑' 참이슬 오리지널(20.1도)과 진로골드(25도)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참이슬 후레쉬(17.8도) 판매량이 100이라면 '빨간 뚜껑' 판매량은 17가량 된다"며 "독한 소주도 큰 변동 없이 꾸준히 팔리고 있다"고 했다. 보해양조는 2007년 저도주 인기에 밀려 생산을 중단했던 23도짜리 '보해골드'를 지난해 다시 출시하기도 했다.

1920년대 희석식 소주가 처음 나왔을 땐 30도에 육박했다. 1970년대 진로(현 하이트진로)가 25도짜리를 출시하며 '소주=25도'가 공식이 됐다. 1998년 23도짜리 '참이슬'이 나오면서 공식이 깨졌다. 2006년 순한 소주 열풍이 불면서 19.8도로, 다시 16~17도까지 낮아졌다.

독한 소주의 주 고객은 40대 이상 남성들이다. 최근엔 30대 이하 젊은 층에서도 꽤 찾는다. 주로 가정용으로 판매된다. 회사원 한봉석(51)씨는 "집에서 마시기엔 참이슬 후레쉬 한 병으로는 좀 미진하고, 그렇다고 2병 따기는 애매해 '빨간 뚜껑'을 마신다"고 말했다.

미식가들 중에 "빨간 뚜껑만 마신다"는 이들이 많다. 서울 종로 '카페뎀셀브즈' 김세윤 대표는 "도수 높은 소주가 도수 낮은 소주보다 잡내가 덜하다"고 했다. 단순히 기분 탓이거나 선입견은 아니다. 양조 전문가 이종기씨는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물 비린내가 나서 아스파탐이나 소금, MSG 등을 더 많이 첨가한다"며 "미각 예민한 분들이 이를 감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점 '락희옥' 김선희 대표는 "그냥 마실 때는 순한 소주지만, 폭탄주로 만들기에는 싱거워 독한 소주를 선택한다"고 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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