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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동네슈퍼 외면받는 ‘중소유통물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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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물류비 절감위해 개소 / 이용 저조해 6년째 적자 허덕 / 무자료 거래 관행 극복 못해 / 수수료율도 낮아… 대책 시급

중소 슈퍼마켓의 물류비 절감을 위해 설립한 서울시 중소유통물류센터가 중소 슈퍼들의 외면으로 6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연구원은 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중소유통물류센터(이하 물류센터)는 2013년 개소 이후 26억60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시는 2013년 서초구 양재동에 국·시비 42억원을 투입해 3372㎡ 규모의 물류센터를 개소했다. 물류센터는 중소 슈퍼들이 상품을 공동으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슈퍼의 유통구조는 생산자-영업본부-영업소-도매점-슈퍼 5단계이지만,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생산자-물류센터-슈퍼 3단계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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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의 매출액은 2013년 40억원에서 2016년 202억원으로 5배나 늘었다. 그러나 낮은 이용률과 물류비 상승 등으로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물류센터를 위탁운영한 서울남북부슈퍼마켓협동조합은 중소 슈퍼의 이용률이 낮아 적자를 볼 수 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용 업체가 많아서 공동구매가 많아야 물건을 싸게 유통할 수 있는데, 이용 업체가 적다보니 물류센터 판매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용업체가 적을 수록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이용 업체가 더 줄어드는 악순환 구조다. 시가 2014년 물류센터 이용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비싼 가격‘(31.1%)과 ‘상품 부족’(17.5%)이 가장 큰 불편사항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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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따르면 물류센터 회원으로 등록한 가게는 지난해 기준 3372곳으로, 서울 전역의 중소 소매업체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실제 물류센터 이용 점포(연간 1회 이상)는 873곳으로 등록업체의 25.9%, 전체 업체의 8.4%에 불과했다.

서울연구원 조달호 선임연구원은 이용률이 낮은 원인으로 ‘무자료 거래’ 관행을 꼽았다. 조 선임연구원은 “물류센터를 이용하면 세금계산서를 반드시 작성해야하는데, 중소슈퍼들은 세금 계산서 발행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 물류센터를 찾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가 중소슈퍼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물류센터를 도입했지만, 현재는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강구해 이용률을 높이고, 물류센터가 제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제한된 수수료도 적자를 발생시키는 원인이다. 서울남북부슈퍼마켓협동조합 관계자는 “물건의 98%를 배송 판매했는데, 판매 수수료가 6%로 제한돼 매출이 늘어도 물류비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새로운 위탁업체와 계약하면서 판매 수수료를 7%로 올렸다”며 “물류센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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