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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북극한파 막는 `커튼효과` 약화…한반도 냉동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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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도 강추위…최강한파 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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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 동부 등 지구 북반구가 냉동고에 들어간 듯 꽁꽁 얼어붙었다. 좀처럼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는 국토 최남단 제주도 아침 기온도 11일 영하 2.9도(서귀포 기준)까지 떨어지는 등 한파가 전국을 휩쓸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열사의 땅 사하라 사막에도 눈이 쌓일 정도의 북반구 한파 원인을 '커튼 효과'에서 찾고 있다. 북반구의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커튼 역할을 해왔던 제트기류가 지구온난화로 약화됐고, 북극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내려오면서 북반구가 얼어붙었다는 설명이다.

도넛 모양으로 지구 북반구 중고위도(지표에서 11㎞)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는 동쪽으로 1년 내내 빠르게 부는 바람을 말한다. 제트기류는 겨울철에 시속 130㎞, 여름철에 시속 65㎞로 빠르게 불어 동쪽 방향으로 움직이는 비행기 속도를 높여 주기도 한다. 김백민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강한 제트기류는 북극에 있는 찬 공기의 남하를 막아주는 커튼 역할도 하고 있다"며 "인간에겐 이래저래 고마운 제트기류지만 지표면의 작은 온도 변화에도 쉽게 성질이 바뀌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쪽의 찬 공기가 북위 30~45도 지역까지 내려온다. 보통 이렇게 찬 공기가 내려오더라도 강한 제트기류가 형성된다면 다시 차가운 기단을 북쪽으로 밀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찬 공기를 밀어낼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기다렸다는 듯 북반구를 휘덮고 있다.

이처럼 제트기류가 약해진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제트기류는 중위도 지역이 따뜻하고 극지방이 차가울 때 만들어진다. 따뜻한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만나 대류가 활발해지면서 제트기류도 강화된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북극 지역 빙하가 녹으면서 북반구 중위도와 고위도 지역 온도차가 줄기 시작했다. 김 선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가 공기 대류 약화를 초래했고 이는 제트기류 힘을 떨어지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제트기류가 커튼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극지방에 있는 영하 50~60도의 차가운 공기 덩어리가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까지 내려와 이례적인 한파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찬 공기를 막는 커튼이 활짝 열린 셈이다. 사하라 사막에 쌓인 눈 역시 커튼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국립설빙자료센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북극 빙하 면적은 1만2852㎢ 규모로 1981~2010년 평균인 1만3650㎢보다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1979년부터 북극 빙하 면적을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 두 번째로 작은 수치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북극 온도는 4~5도 정도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더 올라갔을 수 있다는 진단도 있다.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이상기후현상이 지속되면 지구 기온이 떨어지는 '소빙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적도에서 만들어진 따뜻한 멕시코 난류는 북극해에 있는 찬물과 만나 식는다. 이때 발생하는 수증기 때문에 영국·프랑스 지역은 안개가 많고 비가 자주 내린다. 북대서양 일대에는 따뜻한 바닷물 유입으로 날씨가 온화해지면서 곡창 지역이 됐다. 하지만 북극 빙하가 많이 녹으면서 바닷물이 점점 차가워지고 담수화되면 이 같은 흐름에 문제가 발생한다. 윤호일 극지연구소 소장은 "유럽 일대는 점점 차가워지면서 건조해져 결국 소빙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과거 13~17세기 유럽 지역은 기온이 떨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고 경고했다.

북극발(發) 한파가 맹위를 떨치면서 11일 국지적 기온을 알려주는 무인 자동기상관측망(AWS)에 따르면 설악산 아침 기온은 영하 24.1도까지 내려갔다. 기상청은 12일에는 더 추워져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대관령은 영하 22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은 강추위가 토요일인 13일까지 이어지다가 일요일인 14일부터 평년 기온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 <용어 설명>

▷ 커튼효과 : 지표면에서 11㎞ 높이의 북반구 중고위도에서 동쪽으로 1년 내내 빠르게 부는 제트기류가 북극의 차가운 공기를 동쪽으로 밀어내 찬 공기의 남하를 막는 것.

[원호섭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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