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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체내 유전자가위, 면역반응-염증 일으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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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체내 유전자치료 임상시험 ‘복병’ 가능성

“절단효소 카스9에 대한 항원-면역세포

조사대상자 절반 훨씬 넘게 이미 지녀”

면역반응 피할 ‘새로운 카스9’ 개발과제



한겨레

크리스포 유전자 가위 분자가 디엔에이의 표적 지점을 절단하는 장면을 묘사한 상상화. 유투브 갈무리. https://youtu.be/2pp17E4E-O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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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라는 유전체공학 기법을 체세포의 유전자 치료술로 쓰려는 연구개발 전략의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사람 몸에서 질환 관련 체세포를 빼어내어 유전자 치료를 마치고서 그것을 다시 몸에 넣거나(ex vivo), 사람 몸의 유전질환 부위 체세포에 직접 유전자 가위 분자를 넣어 유전자 치료를 행하는 방식(in vivo)이다.

몸 바깥에서 이뤄지는 유전자 치료의 임상시험 소식이 들려오는 데 이어, 올해에는 처음으로 사람 몸에 유전자 가위 분자를 넣어 치료하는 방식의 임상시험이 시도되고 있다는 소식도 최근 들려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체내 적용 임상시험에 걸림돌이 될 만한 ‘복병’이 등장한 듯하다. 유전자 가위 분자가 사람 몸에서 면역반응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학계에 보고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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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유전자 가위(크리스퍼-카스9, CRISPR-Cas9)는 두 분자의 복합체이다. 하나는 표적으로 정한 디엔에이(DNA) 지점의 특정 염기서열 정보(일종의 ‘주소’)를 지닌 ‘안내자 아르엔에이(gRNA)’ 분자이고, 다른 하나는 그 특정 염기서열 지점을 자르는 절단효소 ‘카스9(Cas9)’이다. 이런 기능을 살려 유전자 가위는 돌연변이로 인해 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자 특정 지점을 교정하는 미래의 유전자 치료 도구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스탠포드대학의 소아혈액학 연구진은 생명과학 논문의 공개형 저장소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올린 논문에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주요 성분인 카스9 분자 2종에 대해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체와 면역세포(T세포)가 이미 사람들 몸에 있는지를 기증받은 혈액에서 검사했더니 상당한 비율로 사람들이 카스9 분자에 대한 항체와 면역세포를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인체 면역계는 외부 물질(항원)이 몸에 침입할 때 항체가 이를 인식하고 면역세포가 나서 물리치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 염증이 생긴다. 연구진은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체내 임상시험에서 염증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면역반응 요인이 고려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아기 22명과 어른 12명한테서 받은 혈액의 혈청을 이용해, 카스9 분자 2종을 항원으로 인식해 반응하는 항체가 사람 몸에 이미 존재하는지를 검사했다. 검사에 쓰인 카스9 절단효소는 사람 몸에 자주 침입하는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S.aureus)과 화농성연쇄상구균(S. pyogenes)에서 가져온 것으로, 유전자 가위의 구성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들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본래 카스9은 자연계에서 바이러스의 공격에 맞서는 미생물의 면역체계에 있던 절단효소를 가져온 것이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작동 원리. 유투브 https://youtu.be/2pp17E4E-O8

이번 검사에선, ‘황색포도상구균에서 가져온 카스9’ 분자에 대한 항체를 이미 지닌 이들이 조사대상자의 79%에 달했으며, ‘화농성연쇄상구균의 카스9’에 대한 항체를 지닌 이들도 65%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별도로 공여받은 13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에서는 황색포도상구균의 카스9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면역세포(T세포)를 지닌 이들이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속 연구에서 더 확인되어야 하겠지만, 일단 이런 결과는 유전자 가위의 카스9 분자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 항원과 면역세포가 상당한 비율의 사람들 몸에 이미 있으며, 유전자 가위 분자가 사람 몸에 들어올 때 상당 비율의 사람들에서 면역반응과 염증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검사결과를) 종합하면, 이런 데이터는 사람 몸에서 카스9에 대한 체액성(항체) 및 세포매개(면역세포) 차원의 적응 면역 반응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해주며, 이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시스템이 임상시험으로 나아갈 때 고려해야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이와 관련해 뉴스 보도에서 이번 연구결과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는 임상시험 중에서 특정 방식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면역반응을 피할 새로운 카스9 절단효소의 발굴이나 개발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전했다. 예컨대 ‘겸상 적혈구 빈혈’이라는 유전질환 환자의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내어 유전자 가위로 유전자 치료를 한 다음에 다시 환자 몸에 넣는 방식은 카스9 분자의 면역반응 문제와 관련이 없지만, 사람 몸에 유전자 가위 분자를 넣는 경우에는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에 앞서 안전성 문제를 다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앞으로 인간 몸에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새로운 종류의 카스9 분자를 발굴하거나 만들려는 연구개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논문 초록 (번역)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은 유전체 편집의 강력한 도구로 입증되고 있으며 세포 안의 특정 디엔에이(DNA) 염기서열에 정밀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을 인간 유전질환의 교정 치료에 쓰려는 많은 노력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가장 널리 쓰이는 카스9 단백질(효소) 동족체는 인체 박테리아인 황색포도상구균(S.aureus)과 화농성연쇄상구균(S. pyogenes)에서 가져온 것이다. 두 박테리아 종은 높은 빈도로 인체 감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바탕을 두어, 카스9 동족체인 SaCas9(황색포도상구균에서 가져온 카스9)와 SpCas9(화농성연쇄상구균에서 가져온 카스9)에 대한 적응 면역 반응이 이미 사람 몸에 존재하는지를 조사했다. 카스9의 항체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인간 혈청을 이용해 두 동족체에 대해 탐색해 둘 모두에 대한 항체를 검출할 수 있었는데, 혈액 공여자의 79%가 SaCas9 항체를, 65%가 SpCas9 항체를 지니고 있었다. 인간 말초 혈액에서 두 동족체에 대한 항원 특이적인 T세포의 존재를 조사한 결과에서, 우리는 혈액 공여자의 46%에서 SaCas9에 대항하는 T세포를 발견했다. 공여자 SaCas9 대항 T세포의 일부를 분리해 증식하고 항원 재자극 실험을 수행해, 우리는 SaCas9 특이적 반응을 관찰했으며 이들 T세포가 항원 특이성을 지닌다는 것을 확인했다. SpCas9에 대한 항원 특이적 T세포는 검출할 수 없었으나 분석기법의 민감도 한계를 고려할 때 그런 항원 특이적 T세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종합하면, 이번 데이터는 인체에서 카스9에 대한 체액성(항체) 및 세포매개(면역세포)의 적응 면역 반응이 이미 존재함을 입증해주며, 이는 크리스퍼-카스9 시스템이 임상시험으로 나아갈 때 고려해야만 하는 요인이 된다.

[ bioRxiv (2018), https://www.biorxiv.org/content/early/2018/01/05/243345 ]

오철우 선임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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