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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단독] 초등교원 임용 후 3년내 '원정 시험' 못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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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벽지 교사 부족 사태 대책 추진

시골ㆍ벽지 교사 수도권 ‘원정시험’ 가속화에

국회 교문위, 교육부 검토 자료 근거로 개정안 발의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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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교원의 수도권 ‘원정 시험’으로 시골ㆍ벽지의 교사 부족 사태가 매년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초등교원은 임용 후 3년 내 임용시험에 다시 응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 여당 의원 등 10명은 초등 현직교원에 한해 임용 후 3년 이내에는 초등교원 임용시험에 응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이날 제출했다. 현재는 교육공무원으로서 결격사유가 없는 현직 교원의 임용시험 응시를 막는 법적 규제가 없다. 교육부는 교원 수급 양극화 문제 해소가 시급하다고 보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정부입법 대신 의원실을 통한 우회입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

개정안은 교육부가 정부법무공단 및 법무법인 4곳 등 5개 기관에 의뢰한 법률자문결과를 근거로 만들어졌다. 자문 결과에 따르면 5개 기관 중 3곳이 “퇴직교원을 대상으로 취업 기회를 뺏는 것은 중대한 기본권 침해일 수 있으나, 임용 후 3년 이내 교원을 대상으로 한정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 평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위헌 소지가 없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의원들은 규제 대상을 초ㆍ중ㆍ고 전체 현직 교원보다는 초등으로만 한정했다. 개정안 공동발의를 주도한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초등 교원은 중등과 달리 지역 별로 설립된 교육대학(교대)에 한정해 양성되고, 교대 설립 목적에는 지역 교육 발전이 포함돼 있다는 특수성을 고려했다”며 “학생들의 학습권과 정책 연속성을 위해선 교원이 최소 3년 간은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역 간 교원 수급 불균형은 최근 교육 현장의 가장 중대한 문제로 꼽힌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3~2017년 임용된 신규 교원 중 5년 내 의원면직(자발적 퇴직)한 이들은 2,532명으로, 이중 충남ㆍ전남ㆍ강원 등 9개도 교원이 95.1%(2,407명)를 차지했다. 또 2015~2017년 3년간 초등교원 임용시험 합격자(1만,6654명) 가운데 현직교원 비율은 10.2%(1,703명)에 달한다. 어렵게 지방에서 교원이 되고도 수도권 입성을 위해 다시 임용시험을 보면서 지방에서는 교원이 늘 부족한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지역가산점제 개선, 교대 지역인재전형 확대 등을 시행해왔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현장의 일관된 목소리다. 한 도교육청 관계자는 “2018학년도에는 워낙 모집 인원 자체가 적어 초등 임용시험 지원자 미달 사태를 겨우 면했지만, 의무복무나 장학금 혜택, 지역가산점제만으로는 이탈을 막을 수 없어 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현직교사와 교대 재학생들의 적지 않은 반발도 예상된다. 경기의 한 5년차 초등 교사 최모(30)씨는 “초등 교원에 대해서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시골, 벽지 학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해 교사들이 자연스럽게 터를 잡도록 하는 정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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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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