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처칠과 혼연일체 연기 빛나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연합뉴스

'다키스트 아워'
[UPI코리아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5월, 영국군을 비롯한 약 40만 명의 연합군은 독일군의 공격에 밀려 프랑스 북부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된다.

영국의 운명이 풍전등화에 놓여있던 시기에 새로 취임한 윈스턴 처칠(1874∼1965) 총리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덩케르크 철수 작전을 진두지휘해 성공시켰다.

오는 17일 개봉하는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2차 대전의 영웅 처칠이 덩케르크 작전을 시행하기 직전, 4주간 겪었던 깊은 고뇌의 순간들을 담는다.

지난해 7월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덩케르크'와는 동전의 양면 같은 영화다. '덩케르크'가 탁 트인 바다와 상공, 해변을 무대로 병사들의 고립과 탈출 과정을 보여준다면, '다키스트 아워'는 어두컴컴한 지하 워룸 속에서 머리를 맞대는 영국 수뇌부들의 모습을 그린다.

연합뉴스

'다키스트 아워'
[UPI 코리아 제공]



처칠은 영화 속에서 다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심지어 왕도 그를 겁낼 정도로 화를 잘 내는 다혈질에다, 무뚝뚝하며 시가를 입에 달고 살고, 손등이 밖을 향하게 승리의 '브이'(V)를 그리는 괴팍한 성격을 지녔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신념을 지킬 줄 아는 유능한 정치가이자, 달변가, 명문장가로 나온다.

영화는 철저히 처칠에만 초점을 맞춘다. "승리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는 신념을 지닌 그는 확연한 열세 속에서도 나치와 끝까지 맞서 싸우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속한 여당 내 주류는 "생존이 우선"이라며 나치와 평화협상을 진행하라고 그를 압박한다.

연합뉴스

'다키스트 아워'
[UPI코리아 제공]



스크린은 시종일관 어둡다. 주 무대가 지하 워룸인 데다, 양어깨 위에 국민의 운명을 짊어진 처칠의 고뇌를 명암 대비로 보여줄 때가 많아서다. 예컨대 문에 난 창밖에서 처칠의 모습을 잡을 때, 조그마한 창문을 제외한 나머지 배경은 암흑으로 변한다. 화장실이라고 쓰인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전화로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할 때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도 사방은 온통 암흑으로 물들어 마치 처칠의 내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연합뉴스

'다키스트 아워'
[UPI 코리아 제공]



연합뉴스

'다키스트 아워'
[UPI코리아 제공]



그래도 처칠이 지하철에서 마주친 승객들과 대화를 나누며 해답을 찾는 장면이나 "우린 꺾이지 않을 것입니다.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라고 외치는 의회 연설 장면 등은 어둠에 갇혀있던 마음과 시야를 확 트이게 한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그때 처칠이 신념을 굽혔다면, 그래서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또 덩케르크 작전이 실패했다면 영국과 세계 질서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특별한 에피소드보다는 처칠의 내면을 따라가다 보니 영화가 더디게 느껴질 수 있다.

연합뉴스

게리 올드먼, 제75회 골든 글로브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수상
[EPA=연합뉴스]




이 작품은 영국 출신 배우 게리 올드먼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특수 분장과 의상을 통해 처칠과 외모를 똑같이 바꿨을 뿐만 아니라 손짓, 목소리, 말투까지 똑같이 연기했다. '킬러의 보디가드'(2017),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011) 등에 출연한 게리 올드먼이 처칠 역을 맡았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않았더라면 그인지 전혀 눈치 못 챌 정도다. 올드먼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아카데미시상식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드라마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연출은 '오만과 편견'(2005), '안나 카레니나'(2012)의 조 라이트 감독이 맡았다.

fusionjc@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