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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컵값 내세요"… 스타벅스, 英 런던서 일회용 컵에 5펜스 물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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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개 매장서 시범 실시 후 영국 전 매장 확대 적용

"매년 일회용 컵 25억개 버려져..재사용 컵 사용 유도"

정치권서는 "'라떼 부담금' 매기자" 주장

프랑스서는 2020년 일회용품 사용 전면 금지

다음달부터 영국 일부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사 마시면 커피값뿐 아니라 일회용 컵에 붙는 요금을 더 내야 한다.

10일 더타임스, BBC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다음달부터 런던에 있는 25개 매장에서 일회용 컵에 커피·차를 마시는 고객에 5펜스(약 70원)의 추가 비용을 물리기로 했다. 일회용 컵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컵을 쓰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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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회용컵.[AP=연합뉴스]


스타벅스는 우선 런던서 3개월 간 시범적으로 비용을 부과한 뒤 향후 영국 900여개 전 매장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언론들은 전했다. 수익은 환경 자선재단인 ‘허버브(Hubbub)’에 기부된다. 더타임스는 “커피 전문점이 고객에게 컵에 대한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스타벅스가 이렇게 친환경 소비를 돕는 행보를 적극 펼치는 배경에는 최근 영국 내 급증하는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문제 의식이 깔려 있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매년 25억개의 일회용 컵이 버려진다. 한 줄로 늘어놓으면 지구를 5바퀴 반 돌 수 있는 양이다. 하지만 재활용률은 400개에 1개꼴로 저조하다. 이 때문에 비닐봉지 부담금처럼 커피 컵에도 부담금을 매기자는 제안이 있었다. 영국 정부는 2015년 일회용 봉투를 5펜스에 팔기 시작했고 실제 사용량이 80% 넘게 줄었다.

스타벅스는 현재도 자신의 컵을 가져오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커피값을 25펜스(약 350원)씩 할인해 주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미미해 더 큰 유인책이 필요하단 주장이 제기돼 왔다.

BBC는 할인에 대해 “고객들의 1~2%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일회용 컵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 할인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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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일회용 컵.[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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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는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아예 모든 일회용 컵에 이른바 ‘라떼 부담금(latte levy)’를 25펜스씩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영국 환경감시위원회(EAC) 위원들은 정부가 2023년까지 모든 일회용 컵을 재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라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일회용 컵 사용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 카디프 대학교는 25펜스의 요금을 부과하면 1년에 3억개의 일회용 컵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대규모의 일회용 쓰레기가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일률적으로 부담금을 물리는 것과 관련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부담금이 결국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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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일회용 컵들.[가디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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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소비 문화를 장려하는 것은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다. 프랑스에서는 2020년부터 플라스틱 컵이나 접시, 비닐봉지 등 썩지 않는 일회용 제품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독일·미국·캐나다 등 10여 개국에서는 보증금 제도를 운용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2008년 폐지된 보증금 제도에 대한 부활 논의가 한창이다. 환경부는 지난해 7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관련 포럼을 연 데 이어 최근 10명 중 9명(89.9%)이 이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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