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영화 `마션`이 얘기하지 않은 화성에 관한 불편한 진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마션'의 화성 감자 재배 장면 :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기보다 화성까지 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사진 제공=20세기폭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상준의 사이언스&퓨처-1] 화성에서 재배한 감자를 지구로 가져와서 판다면 히트상품이 될 것이 틀림없다. 물류비용 때문에 엄청난 고가로 거래되겠지만, 이탈리아산 흰송로버섯 1.5㎏이 경매에서 33만달러(한화로 약 3억5000만원)에 낙찰된 적도 있으니 물건만 있다면야 수요는 따르기 마련이다. 세상은 넓고 부자는 많다.

영화 '마션'을 보면 화성에서 감자를 키우는 것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화성의 약한 중력만 제외하면 나머지 환경 조건들은 지구와 같게 만들어줄 수 있다. 사실 중력도 지구와 비슷하게 맞출 수 있으나, 저중력 상태에서는 식물이 더 빨리 자랄 테니 재배업자들이 얼씨구나 할 일이지 돈 들여 인공중력장치를 할 리가 만무하다. 화성은 속성재배가 기본 옵션인 약속의 땅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중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고 스페이스X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회장도 2020년대 초에 화성행 유인우주선을 발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단,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는데 이게 더 어려울 것 같긴 하다). 계획대로 화성에 유인우주선이 무사히 도착하면 그들은 당연히 농사를 지을 것이다. 화성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니까. 아무튼 화성 감자를 맛보는 것은 시간만 지나면 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가장 중요하면서도 아무도 심각하게 지적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마션'에서도 이 부분은 자막으로 슬쩍 넘어간다. 그건 바로 화성까지 가는 시간이다. 현재의 과학기술로 지구에서 화성까지 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6개월은 걸린다.(머스크는 앞으로 3~4년 안에 우주선 엔진을 개량해서 80일 만에 화성까지 날아가겠다고 하지만 그런 기술 개발이 가능할지는 회의적이다) 이 기간 동안 우주인들은 우주선 안에서만 갇혀 지내야 한다. 도중에 내릴 수도 없고, 동료와 싸워도 안 보고 살 수도 없다. 사실상 탈옥이 불가능한 감옥 생활이다.

그래서 우주인 선발 시에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인성이다. 성격이 원만하고 협동심이 강한지, 장기간 폐쇄 공간에서 지내도 멘탈이 흔들리지 않는지 등등. 우리나라에선 우주인을 선발할 때 개인의 신체 능력을 중시한다는 선입견이 있지만 그건 기본 조건이고, 정말 중요한 것은 팀워크를 잘 할 수 있는 인화력이다. 화성탐사 우주인 선발 과정을 그린 야마다 요시히로의 만화 '용기의 별'은 이런 점을 잘 묘사하고 있다.

매일경제

`용기의 별` : 화성 탐사 우주인 선발과정을 생생하게 다룬 야마다 요시히로의 만화 /사진 제공=학산문화사


그렇다면 이와 비슷한 장기 우주생활 사례는 없을까? 러시아의 우주인 겐나디 파달카는 우주에서 총 879일을 체류해서 인류 역사상 우주에서 가장 오래 생활한 기록을 지니고 있다. 무려 2년 반 가까운 시간이지만 사실 다섯 번의 우주정거장 임무 기간을 합친 것이다. 한 번에 가장 오래 우주에 머물렀던 기록은 역시 러시아인인 발레리 폴랴코프가 세웠다. 그는 1994년 1월 9일부터 1995년 3월 22일까지 437일 동안을 계속 우주정거장 미르에서 지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중간에 지구에서 계속 보급을 받았고, 또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언제든지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결국 화성행 우주비행과 같은 상황을 겪어 본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는 것이다.

'마션'에서는 우주선의 크기가 충분히 커서 장기간의 우주비행도 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 공간이 넉넉하다면 확실히 감옥 같은 느낌은 덜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대형 우주선은 지구에서 곧장 발사하는 게 매우 비경제적이기 때문에 우주공간에서 건조를 해야 하고, 화성에 도착한 다음에는 또 착륙선으로 갈아타고 내려가야 한다. 이 모든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어서 2020년대에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태양계에서 화성보다 더 먼 곳, 예를 들어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유로파(목성의 달)나 타이탄(토성의 달)까지 가려면 비행시간은 몇 년으로 늘어난다. 단순히 우주선을 크게 만들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게 뭘까? 바로 영화 '2001년 우주의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인공동면이다. 그럼 화성에 갈 때도 인공동면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그 얘기는 다음에 이어서 하기로 한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