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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태양왕' 마크롱, 프랑스 너머 유럽 리더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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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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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4일(이하 현지시간) 40번째 생일을 맞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생일 저녁을 루아르 지방의 샹보르성에서 보냈다. 이 성은 17세기 '태양왕'으로 불렸던 루이 14세가 완공한 성으로 야당에서는 대통령의 행보에 아직도 프랑스에 귀족이 남아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같은 해 7월에도 전임자들이 임기중 1번 할까말까한 상·하원 합동 연설을 취임 2개월만에 실행해 권력을 과시했다.

이제 '21세기 태양왕'으로 불리는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를 넘어 유럽 전체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서 유럽을 이끌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집안 단속에 바빠지자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대신하려 한다며 범유럽 지도자의 탄생이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중재 대신 압박, 절대권력 휘둘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보도에서 지난해 5월 마크롱 정부 취임 이후 프랑스 대통령의 역할이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대통령이 업계와 노조 간 합의를 주선하고 의회에서 이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대신 자신의 뜻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가장 극명한 예가 지난해 9월 의회 동의 없이 행정명령으로 통과된 노동법 개혁안이다. 그는 입안과정에서 노사 토론 대신 분야별 노조 대표들을 따로 만나 의견을 듣고 자체적으로 초안을 만든 다음 이를 노조 대표들에 공표 이틀 전에 통보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크롱 대통령을 두고 "그는 국민들이 토론이 아닌 결과를 원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의 원천은 압도적인 지지율이다. 취임 직후 60%를 넘었던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8월 40%로 급락했으나 지난달 다시 52%까지 급등했다. 같은달 마크롱 정부는 2017년 프랑스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1.9%로 최초 예측치보다 0.2%포인트 상향했으며 실업률은 올해 중순까지 0.2%포인트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프랑스 정계에서는 야당이 사실상 와해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독주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가 창당한 신생정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는 지난해 6월 하원 선거에서 의석의 60%를 확보했고 제 1야당인 공화당 소속 요인들을 흡수해 세를 불렸다. 지난번 대선에서 공화당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냈던 파트릭 스테파니니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마크롱이 대통령직의 존엄을 되살렸다"며 우파 진영이 그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칭찬했다.

■메르켈 대신 유럽 대통령 꿈꿔
프랑스 안에서 기반을 다진 마크롱 대통령은 이제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7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마크롱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를 이어 유럽의 지도자 자리를 노린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 최대 경제부국의 지도자로 지난 2015년 미국 타임지가 '자유세계의 총리'라고 칭송했던 메르켈 총리는 지난 9월 총선 이후 4개월 가까이 정부구성에 실패했다. 당장 EU 문제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황이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은 세계무대에서 진영을 가리지 않는 친화력을 발휘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베르사유 궁전에 초청했던 그는 두 달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펠탑에서 식사를 하며 우호를 과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파리 기후변화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도이체벨레는 특히 그가 외교문제에서 메르켈 총리보다 훨씬 유연한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에 메르켈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모두와 말싸움을 벌였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선 농담을 나눌 정도로 친한 모습을 보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지난해 메르켈 총리를 '나치'라고 비난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만나 EU와 터키간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경향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독일 연구기관인 프랑코·저먼협회의 스테판 자이덴도르프 부국장은 "만약 한 국가가 EU를 지도하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들이 이를 거부할 경우 국가들마다 자기 이익만 추구해 범유럽적인 정치 담론이 사라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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