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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전기요금 못 낸다” 농성 벌인 사우디 왕자 11명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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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은 특권 통제, 국민엔 ‘보조금’ 지급해 달래기



[헤럴드경제]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궁전에서 집단으로 ‘연좌 농성’을 벌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11명이 체포돼 구치소에 수감됐다고 연합뉴스가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의 보도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전했다.

셰이크 사우디 알모젭 사우디 검찰총장은 이날 “이들 왕자는 4일 리야드에 있는카스르 알후크 궁전에 모여 미납한 전기요금을 직접 내라는 왕의 지시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면서 나가달라는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살만 사우디 국왕은 왕가가 미납한 전기요금을 모두 납부해야 하고 그간 왕가에 지급했던 전기와 수도 보조금도 유예하라고 지시했다.

헤럴드경제

사우디아라비아 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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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왕자는 중단된 이 보조금도 부활해달라고 촉구했으며 동시에 2016년 사형이 집행된 사촌형제에 대한 보상금도 요구했다.

이들이 문제 삼은 사형 집행은 2016년 10월 형이 집행된 투르크 빈아드 알 왕자로 추정된다. 그는 살인죄가 유죄로 확정돼 2016년 10월 사형당했다. 사우디에서 왕자를 사형에 처한 것은 40여 년 만에 처음이었다.

알모젭 검찰총장은 “왕명으로 이들을 모두 체포해 알하이르 구치소에 수감했다”면서 “이번 지시는 모든 국민이 평등하고 법을 어기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지 응당한 책임을 진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검찰은 이들 왕자를 조사해 기소할 방침이다.

이들이 체포된 카스르 알후크 궁전은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초대 국왕의 관저 겸집무실로 쓰던 건물로 2015년 10월 전시 용도 등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살만 국왕은 왕가가 누렸던 법적, 재정적 특권을 줄이는 조처를 단행해 국민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평등한 법 집행에 의한 근대적 통치를 부각하고 있다.

사우디를 통치하는 알사우드 가문에서 ‘왕자’의 칭호로 활동하는 왕가의 인사가 3000명에 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혈통이 방대하다. 사우디를 건국한 압둘아지즈 전 국왕의 부인이 20명이 넘고 자녀가 약 100명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1월엔 부패 혐의로 정치·경제적인 권력을 지닌 왕자와 전ㆍ현직 장관 등 200여명을 구속했다.

사우디 정부는 여론에 지탄받는 왕가의 특권은 죄는 한편, 민심엔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우디는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올해 에너지 보조금을 줄여 휘발유값을 배로, 전기요금은 3배로 인상했다.

서민에겐 큰 부담이 되는 인상 폭인 데다 올해부터 5%의 부가가치세도 도입했다. 이에 살만 국왕은 부가가치세로 커진 국민의 부담을 줄인다면서 1년간 생활비 보조금 명목으로 월 1000리얄(약 28만원)을 지원한다는 칙령을 5일 내렸다.

예멘 내전에 파병된 군인과 군무원에겐 월 5000리얄(141만원)을, 사회보장수급자에겐 500리얄(14만원)을 더 지급하기로 했다.

사우디 정부의 이런 재빠른 대응은 지난해 말 이란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ㆍ반기득권 시위와 소요사태와도 연관된 것으로도 보인다.

이란에서 이례적으로 벌어진 이번 사건은 휘발유 가격을 50% 올린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되면서 촉발된 측면이 있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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