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美 "자동차 적자 해소" vs 韓 "불합리 규제 시정"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미 FTA 개정 험난 예고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미국은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자유무역협정(FTA) 제1차 개정협상을 하고 있다. 한국 측에선 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정책국장(오른쪽 두번째), 미국 측에선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예상대로 쉽지 않은 출발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제1차 협상에서 양국 통상당국은 9시간 마라톤 회의를 벌였다. 서로의 관심 이슈를 주고 받았는데, 양국의 입장차이를 재확인한채 종료했다.

미국 워싱턴 D.C.에서 첫 협상을 끝낸 후, 한·미 양국 수석대표는 "쉽지 않은 협상이다" "합의까지 해야할 일이 많다"고 밝힌 소감에서 향후 FTA 개정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잘 보여준다. 명확한 것은 양국이 신속하게 개정 협상을 진행하자는 데는 동의하지만 통상 현안에서 입장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다음 2차 FTA 개정 협상은 수주 안에 서울에서 개최키로 했다. '서울 협상'에서 양국은 이슈별로 맞붙는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쉽지않은 협상" 개정 과정 험난 예고
이날 제1차 개정 협상에 수석 대표로 우리 측은 유명희 산업부 통상정책국장, 미국 측은 마이클 비먼 USTR 대표보가 마주 앉았다. 양국 통상당국의 '넘버2'가 만나 이미 공개된 이슈를 제기하는 탐색전 성격이 짙었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 양측이 제기한 이슈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유 국장은 협상후 기자들과 만나 "쉽지 않은 협상인 건 사실인 것 같다. 양측이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진 사안들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측은 특히) 자동차 이슈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는 "미국민들의 경제적 이익에 부합하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신속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에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제도(ISDS)와 무역구제 조치에 대한 개선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간 전략상 개정 협상 이슈를 밝히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두가지 이슈를 언론에 공개했다. 산업부 장성길 미주통상과장은 "우리 측은 ISDS, 무역구제 등을 관심분야로 제기했다. 또 미국 측이 제기한 (자동차 등)관심 분야에 대해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고 말했다.

우선 우리측이 요구한 ISDS 조항은 그간 FTA 협정에서 독소조항으로 개정 필요성이 높았던 이슈다. 규정이 명확치않아 제소가 남발될 우려가 컸었다. ISDS는 외국에 투자한 기업이 상대방 국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해당 국가를 상대로 직접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분쟁해결 제도다. 이와 관련 이동복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은 "공공복지 목적의 규제도 ISDS의 소송대상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 규제사항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우리 측은 철강, 세탁기 등 한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반덤핑관세,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 미국 정부가 남발하고 있는 무역구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되며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특히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치는 임박한 현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중 무역구제조치를 최종 결정하는데, 쿼터 내 물량에 대한 높은 관세(15~20%)를 부과하는 강경한 조치가 예상돼 삼성, LG전자의 수출에 타격이 우려된다.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미국의 한국 브랜드 세탁기 반덤핑관세 사례는 미국의 이익을 전제로 한 무역구제가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전개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FTA체결 당시 조급한 협상으로 협상 당시부터 배제됐던 비합리적 비관세장벽의 무차별 행사를 규제하는 쪽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美 "자동차 적자 해소" 韓 "불합리 무역구제 시정"
미국 측이 어떤 분야에 개정을 요구했는지는 이날 현재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FTA 개정 명분이 명확하다. '대(對)한국 무역적자(미국의 상품수지 적자 2016년 277억달러) 해소'다. 미국 USTR도 로드맵(2017년 7월)에서 무역적자 감축을 무역협정 개정의 특별한 목표로 설정했다.

관심 이슈로 제기한 부분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자동차, 철강 등 관세 재인상, 비관세조치 도입, 안전기준 미충족 자동차 수입쿼터 확대, 자국 통상이익 확보를 위한 원산지 규정 강화, 노동 및 환경기준 강화 등으로 추정된다. USTR도 1차 개정 협상후 "미국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등 주요 산업용품 분야에서 더 공정한 상호 무역을 하고 무역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제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여러 계산이 깔려있는데, 미국의 자동차 등 제조업 및 에너지 수출을 늘려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다. 올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중간선거를 앞두고 최대 지지세력인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에 과시할 무역 성과가 필요하다. 그것이 한·미 FTA 개정에서 '대한국 자동차무역 역조' 해소다. 미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부품 등 원산지 규정을 강화(미국내 조달 50%)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럴 경우, 우리 부품업체들은 타격이 우려된다.

이 실장은 "협상 과정에 미국이 자동차 부문에서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완전 철폐(수입관세 2.5%)된 수입관세를 '8년 유예 후 철폐'로 변경하자고 (자동차 관세 역진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상호주의에 입각해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측은 상대국이 이익을 누릴 수 있는 환율 조작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환율조작 금지 조항 등도 FTA 개정문에 명시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우리측이 가장 민감해하는 쌀·쇠고기 등 농축산물 관세 조기 철폐 등 수입 확대를 제기할 것이 유력하다. 우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이슈들이다.

서울대 임정빈 교수는 "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꾸준히 제기해온 무역불균형 문제 해결, 공정한 시장접근 제공 기확보를 통한 자국의 통상이익 확보 주장에 비춰볼 때, 상품에 대한 시장접근뿐 아니라 무역규범 등 전 분야에 걸쳐 매우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