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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고준희 양 사건 현장검증…친부, "딸 학대·폭행한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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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CBS 김민성 기자

노컷뉴스

전북 완주 봉동 고준희 양이 살던 아파트에 이웃이 두고 간 것으로 보이는 과자 한 봉지에 쪽지가 붙어 있다.(사진=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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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살인자야!", "마스크 좀 벗기라고!"

고준희 양의 사체를 암매장한 혐의로 구속된 친부 고모(37) 씨와 내연녀 모친 김모(62) 씨 등의 현장검증이 4일 열린 가운데 지켜보던 주민들은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사건 현장으로 지목된 전북 완주군 봉동읍 고 씨 자택 앞은 이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주민들과 취재진, 경찰 등 1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고 씨와 내연녀 이 씨는 오전 9시 58분쯤 덕진경찰서 승합차를 타고 도착했다. 고 씨는 평상시처럼 마스크와 옷에 달린 모자를 눌러 쓴 채 두꺼운 겨울 점퍼를 입고 있었다.

내연녀 이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현장검증을 거부, 차량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간 고 씨는 주방에서 쇠로 된 30㎝ 자를 들어 "지난해 1월 29일에 친모로부터 준희를 데려왔다. 준희가 말을 듣지 않아 자로 등과 어깨, 엉덩이를 때렸다"고 말했다.

준희 양 대신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자로 수차례 때리기도 했다.

고 씨는 지난해 3월 말 '제때 밥을 안 먹고 내연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신의 오른발을 무릎 높이까지 들어 준희 양의 발목을 밟는 모습도 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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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 양 친부 고모(37) 씨가 준희 양의 시신 대신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들고 완주 봉동 자신의 아파트를 나서고 있다.(사진=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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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가량 아파트 안에서 현장검증을 마치고 나온 고 씨는 준희 양을 자신의 차에 실었다.

고 씨는 "아픈 딸을 차에 실었지만 이미 숨지고 난 뒤였고,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승합차에 오르기 전 취재진 앞에 선 고 씨는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것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아이를 학대하고 폭행한 적 없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그럼 아이가 왜 숨졌느냐, 왜 딸의 몸 상태가 안 좋아졌느냐"고 반문하자 "경찰에 다 말했다"고 대답했다.

고 씨는 또 "아이에게 미안하다"며 "죽을 때까지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며 살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어떤 부분이 미안하냐"고 묻자 "준희를 지켜주지 못한 부분이다"면서도 "제가 저지른 부분은 분명 있긴 하지만 준희를 죽이지 않았다"고 또 한번 혐의를 부인했다.

경찰 포승줄에 묶인 채로 현장을 떠나려는 고 씨에게 이웃들의 고성이 쏟아졌다.

주민들은 "어떻게 자기 새끼를 죽이냐", "살인자다", "계란이 아깝다" 등 고성을 질렀다. 손가락질을 하거나 말없이 스마트폰으로 현장을 촬영하는 사람도 있었다.

주민 이세영(39‧여) 씨는 "남도 아니고 어떻게 아빠가 저러나 싶어서 할 말이 없다"며 "아픈 아이를 학대하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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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 양 친부 내연녀 김모(62) 씨가 준희 양의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경찰에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경찰은 이후 전주덕진경찰서로 자리를 옮겼다. 경찰서를 내연녀 친모 김모(62) 씨가 전에 살던 전주 인후동 주택으로 가정해 현장검증을 이어나갔다.

유치장에서 나온 김 씨는 고 씨와 함께 지난해 4월 26일 자신의 집에서 있었던 일을 재현했다.

김 씨는 "고 씨 등이 시신을 가지고 왔을 때 한동안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 "고 씨가 출근하러 완주로 돌아간 뒤부터 준희 양의 얼굴에 붙어 있던 토사물 등을 닦고 코와 귀를 막은 다음 노잣돈을 품에 넣고 수건으로 몸을 감쌌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했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김 씨는 "옛날에 어르신들이 사람이 죽으면 그렇게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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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준희 양 친부 고모(37) 씨가 준희 양 대신 경찰이 준비한 마네킹을 구덩이에 집어넣고 있다. (사진=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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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준희 양의 시신을 유기한 군산 내초동 야산에서도 검증은 계속됐다.

고 씨는 "김 씨는 차에 있었고 딸을 묻은 건 나다"며 "일단 딸의 시신을 할아버지 묘 근처에 두고 차에 돌아가 삽을 챙겨왔다"고 말했다.

고 씨는 구덩이에 준희 양 대신 마네킹을 던져넣고 삽으로 흙을 뜨는 모습을 몇 차례 연출했다.

고 씨는 "시신을 유기하는데 3~4시간 정도 걸렸다"며 "이후 이 씨의 모친에게 '다 묻었다'고 전화하고 산에서 내려갔다"고 말했다.

경찰차로 돌아가려는 고 씨의 뒤통수에 또 한 번 욕설과 고성이 날아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느냐","내연녀는 왜 놓고 왔냐", "고 씨 가문에 먹칠을 했다"며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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