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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준희양 살던 집앞 메모엔…“이모가 꺼내주지 못해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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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준희양 아동학대치사 사건, 4일 현장검증 진행

집앞에 이모가 쓴 것으로 보이는 메모 놓여 있어

주민들 “모자 벗기고 얼굴 공개하라”며 고함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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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이 이뤄진 4일 고씨가 사는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 문앞에 국화 한 송이와 과자 한 봉지가 메모와 함께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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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가) 정신이 왔다갔다 했다고 했는데 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나요?”(경찰)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죽을 수 있겠다하고 생각은 했습니다”(준희양 친아버지 고아무개씨)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경찰)

“잘 모르겠습니다.”(고씨)

“혹시 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놔두지 않았습니까?”(경찰)

“아닙니다. 호흡이 약해졌다고 생각했습니다.”(고씨)

“위급한데 왜 119 생각은 안 했습니까?”(경찰)

“죄송합니다. 거기까지 생각은 못했습니다.”(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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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양 친아버지 고씨가 자신의 집에서 현장검증을 끝내고 이동하기 위해 주차장으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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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10시20분께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 2층. 숨진 고준희양 친아버지 고아무개(37)씨의 현장검증이 열렸다. 이곳은 지금 고씨가 사는 집이다. 고씨는 지난해 4월25일 저녁부터 이튿날 아침까지 이곳에서 몸이 아팠던 딸을 방치했던 사실을 재연했다. 하지만 고씨는 자신이 절대 딸을 죽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고씨는 나중에 취재진에게 “아이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 (평생) 사과하고 반성하고 빌며 살겠다”며 뒤늦게 뉘우쳤다.

같은 혐의를 받는 고씨 내연녀 이아무개(36)씨는 이날 몸상태가 좋지 않는 등 현장검증을 원하지 않아 검증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날 고씨 아파트 문앞에는 “준희야 이모가 꺼내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하늘에선 외로운거, 아프고 무서운거 그런거 없이. 편안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할게”라는 메모가 국화 한 송이, 과자 한 봉지와 함께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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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전북 완주군 봉동읍 한 아파트로 현장검증을 위해 고씨가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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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씨가 준희양을 전주에 사는 내연녀 이씨 친어머니 김아무개(62)씨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자신의 승용차에 태우는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아파트 주차장으로 나왔다. 매서운 날씨 속에도 주변에 있던 주민들이 “모자를 벗겨라. 얼굴을 공개하라” 등의 고함을 쳤다. 주민 이아무개(39)씨는 “요즘 아파트 분위기가 무겁다. 숨진 아이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럽다. 어른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뿐이다. 저건 사람이 아니라 쓰레기잖아요. 부모가 책임을 져야죠”라고 말했다. 주변에 사는 임아무개(63)씨는 “장모(내연녀의 친모)가 봉동에서 통닭집을 해서 자주 갔다. 안면이 있던 고씨는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나쁜 짓을 할 줄은 그 당시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완주 봉동을 출발해 전주덕진경찰서 뒷마당에서도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뒷마당에서 한 것은 범행 당시 살았던 전주시 인후동 김씨 집이 이사로 다른 사람이 살고 있어서 대체한 것이다. 여기서 숨진 준희양을 두고 대처방법 등을 친부 고씨, 내연녀 이씨, 내연녀 어머니 김씨가 상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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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양 친부 고씨의 내연녀 엄마 김아무개씨가 현장검증을 위해 경찰차에서 대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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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녀 엄마 김씨는 숨진 준희양 몸을 닦아줬다면서 “5월5일 어린이날에 장난감을 사주기로 약속했는데 못 지켜줘서 미안해서 장난감을 사주고 잘 가라고 했다. 남은 거스름돈을 저승길 가는 노잣돈으로 쓰라고 (보자기로 시신을 감쌀 때) 넣어줬다”고 말했다. 현장검증은 준희양이 암매장된 군산시 내초동 야산에서도 이어졌다.

경찰은 이들 3명에게 모두 사체유기 및 위계(거짓)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하고, 친부 고씨와 내연녀 이씨에게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의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글·사진/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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