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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추자도 인근 전복 어선, 위치발신기 꺼져 있어 구조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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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명벌서 6명 구조했지만 1명 사망…파도 휩쓸린 2명 실종

어선, 조업 금지구역서 발견…사고 때 조난신고 못 보내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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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8명이 탄 어선이 전복돼 1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선장 등 5명은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오후 7시18분쯤 제주시 추자도 남쪽 15㎞ 해상에서 전남 여수 선적 40t급 저인망어선 203현진호가 전복된 것을 인근을 항해하던 J호 선장 남모씨가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해경은 신고 접수 4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11시33분쯤 사고 선박 발견 지점에서 남동쪽으로 5.5㎞ 떨어진 해상에서 구명벌(천막처럼 펴지는 둥근 형태의 구명보트)을 발견했다.

구명벌에는 전복된 어선에서 탈출한 선원 6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이모씨(54·제주)는 의식이 없는 상태였으며 구조 직후 헬기로 제주시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숨졌다. 나머지 5명은 저체온증을 호소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 8명 중 유모씨(58·제주)와 지모씨(62·부산) 등 2명은 실종됐다.

현진호는 지난달 28일 새벽 5시36분쯤 제주시 한림항에서 출항했으며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조업하다 전복됐다. 생존자들은 그물을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몰아친 파도에 맞아 배가 뒤집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명벌이 자동으로 펼쳐지면서 물에 빠진 선원들이 올라탈 수 있었다. 구명벌에 올라탄 선장 강모씨(51)와 선원 등 5명은 동료를 찾으며 주변을 살피다 물에 떠 있던 이씨를 발견해 건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실종된 2명은 구명벌을 타지 못하고 높은 파도에 휩쓸렸다. 현진호는 배가 뒤집히는 긴급 상황임에도 조난신호를 보내지 못했다. 이는 현진호의 자동위치발신장치(V-PASS)가 꺼져 있었기 때문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해경 조사 결과 현진호의 V-PASS는 자동출항신고를 한 후 20분이 채 지나지 않은 오전 5시52분쯤 꺼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의로 껐는지, 고장났는지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해경은 사고 선박의 발견 지점이 저인망어선의 조업 금지구역인 만큼 불법조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V-PASS를 껐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경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해경과 해군, 관공선, 민간의 선박 28척과 헬기 4대, 잠수요원 등을 투입해 사고 지점으로부터 반경 9㎞ 지역을 9개 구역으로 나눠 수색 중이다. 해경 관계자는 “선장과 선원의 상태를 보면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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