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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시동 걸린 ‘문재인 케어’… 실손보험 역할 변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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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보험업계 결산 / 건보 보장성 늘려 개인 의료비 줄이기 / 과잉진료 부작용 ‘실손’ 손질 불가피 / 공보험 보완재로… 보험료도 낮아질 듯 / 건강관리 잘하면 현금 보상·할인 혜택 / 헬스케어 보험상품 가이드라인 마련 / 당뇨 등 질환자 간편 가입 유병자보험 / 치료비에 생활비 주는 보험 등 인기

올해는 ‘문재인 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시행되는 등 보험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새로운 제도가 많이 도입됐다. 많은 사람이 가입해 ‘국민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은 향후 보험료가 변동되고 역할도 재정립될 전망이다. 여러 변화 가운데 보험소비자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내년 보험 재테크에 참고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문재인 케어’ 시행… 실손보험 변화 예고

지난 8월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인 문재인 케어를 내놓았다. 미용·성형 등을 제외한 3800여개의 모든 비급여 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범위에 포함시켜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가입자가 약 3400만명으로 국민 대부분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동안 실손보험은 과잉진료로 적자가 쌓이면서 보험료가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됐지만 앞으로 건강보험의 보장 폭이 넓어진다면 장기적으로는 보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금융위원회도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내년부터 25% 이상 올릴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꿔 인상폭을 제한했다. 기존에는 보험사들이 실손보험료를 연간 35%까지 올릴 수 있었다.

보다 근본적으로 실손보험 상품이 공보험의 보완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실손의료보험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사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해 실손보험 손해율 하락 효과를 분석하는 한편 내년 상반기 보험료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이에 앞선 4월 정부는 실손보험료를 일부 내린 ‘착한 실손보험’을 내놨지만 이 보험으로 갈아탄 사람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0.1%도 안 될 정도로 외면을 받았다. 기본보험료가 다소 낮아진 대신 자기부담금이 높고, 특약에 가입할 경우 사실상 보험료 인하 효과가 없는 등 딱히 기존 실손보험을 대체할 만한 유인이 적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계일보

◆건강관리(헬스케어)보험 본격 출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보험계약자의 건강관리 노력과 성과에 따라 혜택을 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을 지난 11월 마련함에 따라 건강관리보험이 많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웨어러블 기기나 스마트폰 걸음 측정 앱으로 측정해 하루 1만보씩 일정 기간 꾸준히 걷거나 금연에 성공했을 때, 예방접종을 할 때 등 건강관리를 열심히 하면 보험료를 할인받거나 현금 등으로 보상받을 수 있게 된다.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은 특별이익 제공금지, 기초서류 작성기준 등 현행법 적용기준이 모호해 상품 출시가 거의 막혀 있었다. 가이드라인은 보험계약자가 꾸준히 건강관리를 해서 보험사고 위험이 줄어들면 그에 따른 혜택을 충분히 돌려받고 이를 보험가입 때 충분히 설명받도록 했다. 특히 보험가입이 어렵거나 초기 보험료가 높게 책정되는 유병자 등을 대상으로 한 보험에서 건강관리에 따른 보험료 부담 완화를 적극 활성화하도록 했다. 하지만 건강관리의 명확한 구분이 없어 향후 의료법과 충돌 가능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병자보험 확대… 내년 다양한 상품 출시

올해는 과거 질병 이력이나 만성질환이 있어도 간편심사를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질병보험이 많이 나왔다. 유병자보험이라고도 불리는 이들 보험 상품은 일반적으로 보험사에서 손해율을 우려해 꺼리는 보험이었다. 올해 출시된 유병자보험은 주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 주를 이룬다. KB손해보험은 당뇨 합병증까지 보장해 주는 당뇨전문보험 ‘KB당뇨케어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메리츠화재와 한화손해보험은 전화심사로 가입을 판단할 수 있는 질병군에 당뇨병을 포함시켰다.

유병자보험은 내년에 더 다양하게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9월 유병자보험 개발 등 10대 개혁과제를 선정해 내년 4월부터 출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이 있거나 과거 질병 이력이 있더라도 최근 2년 동안 진료를 받지 않았다면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이 나올 예정이다. 보험사의 판단에 따라 필요할 때 특정 질병에 대해 일정 기간 보장을 제한할 수는 있지만 가입 거절은 최소화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지난 5년간 치료 이력이 있거나 만성질환이 있으면 사실상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치료비 더해 생활비 주는 보험 인기

유병장수시대를 맞아 매달 정해진 생활비를 주는 보험이 암보험,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으로 다양하게 출시돼 올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의학 기술의 발달로 과거에 치명적으로 간주됐던 암 등 질병의 생존율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소득이 줄어드는 데 따른 경제적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단순히 치료비 외에 생활비까지 보장받아 여유 있게 질병 치료를 하려는 필요성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생활비 지급형 보험상품은 목돈을 한번에 받는 대신 생활비로 쪼개 받을 경우 생존 시 받을 수 있는 총액이 대체로 더 많은 것이 특징이다. 다만 조기 사망 시에는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금액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보험은 큰 병에 걸려 일을 지속하기 어려울 때 월 소득을 일부나마 보전할 수 있도록 하는 ‘소득보전’ 목적이 크다. 당장 목돈이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면 생활비보다는 진단금이 큰 보험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보험료 인하

올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크게 개선되면서 주요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2.3% 내린 데 이어 8월에도 1.6% 인하했다. 동부화재와 현대해상도 8월 평균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1.0%, 1.5%씩 내렸다. 이들 대형 보험사 외에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도 잇따라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개선된 것은 외제차 사고 시 렌트비 과잉지급, 과잉수리가 제도개선에 힘입어 상당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올해는 태풍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도 적어 대형사고가 줄어든 영향도 있다. 이 덕분에 올해 손보업계는 사상 최대 순익까지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료 인하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부분의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이후 겨울철 사고 증가 등으로 손해율이 다시 상승세로 반전하며 실적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태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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