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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크루그먼 "트럼프의 감세 산타, 부자에게만 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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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폴 크루그먼


뉴시스

"미치, 세제개편안 통과시키느라 수고했네" 트럼프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야심적으로 마련한 세제 개혁안으로 인해 미국 중산층들이 입게 되는 혜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감세를 통해 거둘 수 있는 과실 중 노동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20~25%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됐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 교수는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감세 산타가 오고 있다(Tax-Cut Santa Is Coming to Town)’라는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내는 ‘감세 산타’는 부자에게는 큰 선물을 주고, 그렇지 않은 중산층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시커먼 석탄 덩어리를 안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크루그먼 교수의 기고문 요지.

바야흐로 산타클로스의 계절이 돌아왔다. 여러분들 중 일부는 산타클로스로부터 좋은 선물을 받을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산타가 나쁜 아이들에게 준다는) 석탄 덩어리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은 규정이 바뀌었다. 적어도 미 연방정부와 관련해서는 그렇다. 당신들이 알고 있는 성 니콜라스(산타)는 휴가를 떠났다. 아마도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공화당의 ‘감세 산타’가 성 니콜라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앉았다. ‘감세 산타’의 우선순위는 성 니콜라스와는 아주 다르다. 여러분들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새로운 ‘감세 산타’는 당신이 버릇이 없거나 착하지 않더라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가 주로 신경을 쓰는 건 당신이 부자냐 아니냐 하는 문제다. 만일 당신이 부자라면 ‘감세 산타’는 큰 선물을 준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시커먼 석탄 덩어리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감세 산타’는 누구의 양말을 선물로 가득 채워 넣어 줄까. 단 한 차례의 청문회도 거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단 한 표의 민주당 찬성도 얻지 못한 공화당의 감세안은 누구에게 선물을 안길까.

공화당 감세안의 핵심은 어마어마한 폭의 법인세 감면이다. 공화당은 세금감면의 혜택이 임금인상 형태로 노동자들에게 전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독립적인 연구결과들은 대부분 감세분의 20~25% 정도만이 노동자들 몫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군다나 단기적으로 노동자들의 몫은 훨씬 적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감세는 기본적으로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주주들이란 어떤 이들인가? 전체 수익의 3분의 1은 외국인들의 몫이다. 미국인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인들의 경우 상위 1%가 국내 주식의 40%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내국인 주주들의 경우 미국인 1%가 전체 주식의 40%를 지니고 있다. 하위 80%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은 전체의 7%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감세 산타’가 오게 되면 부유층들에겐 좋은 일이다.

그러나 개인 소득세의 경우 복잡한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일부는 세율이 올라가고 일부는 내릴 것이다. 내년의 경우 대부분 사람들은 아마도 세금 감면 혜택을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 중산층들이 이번 공화당의 감세로 얻는 혜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9년에 누렸던 세금 감면 폭보다 적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눈치 채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법인세 인하는 영구적이지만, 소득세 인하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한시적인 것이다. 새로운 세제가 완전히 이행될 무렵 대부분 중산층들은 자신들의 세금이 올랐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이번 감세안에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두 번째 항목은 기업 소유주들에게 파격적인 감세를 해 주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업 소유주들이 동일한 수입을 얻는 피고용 소득자에 비해 훨씬 적은 세금을 내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납세자들을 차별하는 건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일관성 있는 정책적 연관성도 지니고 있지 않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같은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커다란 금융 낙수 효과를 제공할 것이다.

이번 감세안은 또한 조세 시스템 게임(tax-system gaming)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놓게 될 것이다. 조세 전문가들은 이미 거대한 구멍들을 발견하고 있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세금을 피할 수 있는 많은 루트들이 발견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부자들이나 인맥이 좋은 사람들에게나 해당되는 일이다.

여러 명의 의사들이 파트너십으로 함께 일하는 경우를 사례로 들어보자. 이런 서비스 사업은 세금우대 적용대상이 되지 못한다. 그러나 의사들이 함께 돈을 모아 그들이 일하는 빌딩을 사들일 수 있다. 그리고는 높은 임대료로 세를 놓을 수 있다. 그럴 경우 그들은 그리 많은 세금을 물지 않게 된다. 이번 감세법안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 트러스트는 세금 우대 대상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수백 개의 게임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런 게임들은 부유하고 교활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

내가 말한 것처럼 ‘감세 산타’는 당신이 그악스러운 사람일 경우에만 선물을 준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세금 감면을 받지 못할 것이며, 세제를 단순화 시킬 것이라는 등의 약속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나는 그저 호호호 하고 웃을 수밖에 없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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