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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카탈루냐 선거서 ‘독립찬성파’ 과반 득표…라호이 “새 정부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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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35석 중 70석 차지…독립 불씨 이어질 듯 라호이 “1당인 잔류파와 대화”…푸지데몬 대화제의 거부 갈등봉합 실패한 라호이 “조기총선 계획 없다” 버텨 독립파도 지도자 체포·도피로 당장 행동 어려울듯

21일 치러진 카탈루냐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에서 분리독립 진영이 과반을 차지해 독립 시도를 진화하려 한 스페인 정부의 뜻과는 달리 카탈루냐 내에서 독립의 불씨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갈등봉합 실패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카탈루냐 새 정부와 대화할 뜻을 밝혔다.

22일 카탈루냐 자치정부 누리집의 개표 현황을 보면 개표가 99.89% 진행된 가운데 스페인 잔류파인 시민당이 25.37%를 득표해 전체 135석 중 37석을 차지하며 자치의회에서 1당을 점하게 됐다. 하지만 분리독립파인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전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와 함께’가 21.65%(34석)을 득표해 2당, 오리올 훈케라스 전 부수반이 이끈 공화좌파당이 21.39%(32석), 분리독립에 찬성하는 민중연합후보당이 4.45%(4석)을 득표해 분리독립 세력 의석이 70석에 달하며 과반을 넘겼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81.9%로 역대 카탈루냐 자치정부 투표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비비시>(BBC) 방송은 스페인 정부로부터 반역 혐의를 받고 벨기에로 도피한 푸지데몬 전 수반은 선거 결과를 두고 “‘카탈루냐 공화국’이 승리했고 스페인은 패배했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10월 독립투표 뒤 “대화”하자는 카탈루냐의 요구를 일관되게 묵살했던 라호이 총리는 22일 연설을 통해 “카탈루냐가 대화의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카탈루냐 새 정부와 대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라호이는 푸지데몬이 제의한 대화는 “내가 만나야 할 상대는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이고 그건 (선거에서 1당을 차지한 시민당 대표) 이네스 아리마다스” 라며 거부했다. 이날 앞서 푸지데몬은 벨기에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를 스페인이 아닌 벨기에나 유럽연합 내 다른 국가에서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자치권 몰수라는 초강수를 두고도 갈등 봉합에 실패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기총선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라호이는 22일 연설에서 “조기총선 계획은 없다”며 일축했다. 지난 10월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분리독립 투표를 90%의 찬성률로 통과시키며 중앙정부를 압박하자,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몰수하고 12월 조기선거를 해 자치정부를 재구성할 때까지 직접 통치를 선언했다.

다만 분리독립파도 당장 행동에 나서기 쉽지 않다. 푸지데몬 등 독립파의 지도자들은 반역 혐의를 받고 체포됐거나 도피 중이다. 스페인으로 돌아가면 체포될 가능성이 있는 푸지데몬은 벨기에서 선거를 지휘했다. <뉴욕 타임스>는 “10월 독립 시도 실패 뒤 분리독립 세력들 사이의 의견 충돌이 깊어지고 있다. 누가 자치정부를 이끌 것인지, 분리독립을 어떻게 다시 궤도에 올려놓을 것인지를 놓고 힘든 협상에 직면할 수도 있다”며 “그들의 승리가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싸늘한 대외 반응도 변함이 없다. 지난 10월 카탈루냐 독립투표 당시 유럽연합을 비롯해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유럽위원회(EC) 쪽은 “선거 결과에 대해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카탈루냐에 독립에 대한 종전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비비시>(BBC) 방송에 전했다. 푸지데몬은 22일 연설에서 “유럽위원회는 스페인 정부 말고 카탈루냐 사람들의 말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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