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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트럼프 서명만 남은 세제案…기업에 당근과 채찍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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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세제개편안 기업관련 항목 뜯어보니
-속지주의(territorial system) 과세 체계로 전환
-해외 비정상적 초과수익 美법인 소득 포함시켜 추가 과세
-세원잠식방지세(BEAT) 신설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0일(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세제개편안이 최종 통과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세제안 통과를 축하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 감세를 골자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세제개편안이 20일(현지시간) 미 의회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이로써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다.

최종 확정된 세제개편안은 현행 최고 35%인 법인세율을 21%로 낮추고, 개인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에서 37%로 내리는 것이 골자다.

1조5000억달러 규모의 감세 중 1조달러 수준이 법인세와 관련이 있을 정도로 '기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외에서 유보되고 있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을 미국 내로 불러들이고,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낮춰 고용과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새로운 세제안이 기업들에게 '당근'만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비정상적인 초과수익에 대해서는 미국법인의 소득에 포함시켜 추가 과세를 할 방침이며, 세원잠식을 방지하기 위한 추가 과세도 새롭게 만들었다. 일종의 '채찍'으로, 대규모 감세로 인한 세수 부족을 메우는 차원이다.

기업들에 대한 과세 체계를 정비하다 보니 한국 기업들도 영향을 받게 됐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에 한국 기업들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번 세제안의 주요 포인트들과 한국 기업들이 받을 영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속지주의(territorial system) 과세 체계로의 전환= 당초 미국의 회사들은 소득이 세계 어디서 발생하든지 관계없이 모든 수익에 대해 세금을 내야만 했다. 바로 '월드와이드(Worldwide)' 과세 시스템으로, 글로벌 이익에 대해 과세한 후 해외에서 납부한 세액에 대해 공제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들이 속지주의 과세 체계로 전환하기를 바랐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것에 대해서만 미국의 세제에 따를 의무가 있게 된다.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소득에 대해 면세를 적용하고, 해외 자회사 유보소득을 미국으로 송금하면 현금 및 현금 등가물 15.5%, 비현금자산은 8%로 과세한다. 미국 기업들에 대한 이중과세를 최대한 피하고, 해외에 떠도는 유보금은 자국으로 쉽게 송금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방침이다.

속지주의 체계는 이미 전세계적인 트렌드다. 독일을 비롯해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이 속지주의로 모두 돌아선데다 일본마저 속지주의를 택했다. 미국마저 속지주의로 돌아서면서 이제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인도만 월드와이드 과세 시스템을 고수하게 됐다.

김혜영 언스트&영의 국제조사부 파트너는 "월드와이드를 채택한 나라들은 대부분 마이너리티 국가들로,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될 지 주목해야 한다"며 "IMF이후 문호개방을 통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받아들였고 미국 과세제도와 유사하게 만들어왔지만 앞으로 어떤 영향이 있을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전했다. 언스트&영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코참(KOCHAM·미 한국상공회의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대규모 감세, 해외발생 무형자산 소득 공제= 이번 세제안은 31년만에 가장 큰 규모의 감세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14%포인트 낮췄고,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하면 그해에 감가상각을 100%까지 인정해준다.

미국으로 해외 유보금이나 이익을 들여올 때도 세금을 깎아준다. 이른바 해외발생 무형자산 소득(FDII : Foreign-Derived Intangible Income)에 대한 공제다. 애플 등 미국의 대표적인 IT 대기업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형자산 소득이 상당하다.

미국 법인은 해외발생 무형자산 소득(FDII)의 37.5%를 공제 가능한데, FDII에 대해 공제를 한 후 법인세율 20%를 적용하면 결국 지적재산권 등의 해외수입에 대해서는 12.5%의 저율로 과세하는 효과가 있다. 결국, 지적재산권 수입이 많은 기업이 미국으로 사업장을 이전하면 저율로 과세하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미다.

감가상각공제는 일시적으로 커진다. 2022년까지 100% 공제를 적용하며 2023년부터는 20%포인트씩 공제율이 떨어진다. 자영업자나 부동산 개발업체 등 패스스루 기업들에 대해서도 스페셜 공제를 적용한다.

◆당근 더불어 채찍도..한국기업도 고민= 세제개편안으로 기업들이 이득만 보는 것은 아니다. 해외에서 발생한 무형자산 소득을 들여오는 과세를 대폭 줄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로 최대한 현금을 가져오지 않을 경우 과세를 하기로 했다. 이른바 저율로 과세되는 국제적 무형자산으로부터의 소득(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 : GILTI)에 대한 과세다.

미국 법인의 이자비용 공제도 제한한다. 자본으로 자회사를 설립한다면 펀딩이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과도한 부채를 일으켜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인정할 수 없다는 철학에서 비롯됐다. 이에 따라 50%까지 허용하던 이자비용공제를 30%로 제한했다.

◆국내기업 떨게하는 세원잠식방지세(BEAT)=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과 관련된 조항으로는 세원잠식방지세(BEAT·Base Erosion and Anti-abuse Tax)가 신설됐다. 해외 기업이 세운 미국 자회사가 해외 관계사에 내는 돈이 많으면, 과세표준에 부과하는 20% 법인세액과 조정과세표준(과세표준+해외 관계사 지급액)에 부과하는 10% 중 큰 금액을 과세하는 조항이다.

BEAT 세율은 매년 올라가도록 설계됐다. 2018년에는 5%, 2019년 이후에는 10%, 2026년 이후에는 12.5% 등으로 과세금액이 커진다.

관계사 지급금액 중 재고자산(상품) 원가는 공제하지만 상표권, 수수료 등은 공제해주지 않는다. 해외 관계사에 상표권, 이자, 지급보증수수료 명목으로 이익을 넘기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다. 김혜영 파트너는 "매출원가에 대해 BEAT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이 최악의 경우는 면했다"면서도 "기업들의 공급망이나 유통구조 등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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