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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목멱칼럼]선진국이 더 주목하는 ‘그린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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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지난 11월 독일 본에서 열린 제2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했다. 한국의 그린카드 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로부터 ‘2017 유엔 기후 솔루션 어워즈’를 수상했기 때문이다. 시상식이 끝난 이후, 한 외국인 중년 남성이 한국관을 찾아왔다. 자신을 핀란드 기후변화리더십협회의 조니 케로넨 사무총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그린카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며 약 한 시간 동안 다양한 질문을 이어갔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서 친환경생활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핀란드에서 도입하려는 것을 한국은 벌써 하고 있네요.”그는 대화를 마치면서 우리에게 언젠가 핀란드에 와서 그린카드 제도를 직접 소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환경 분야 선진국으로 알려진 핀란드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니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함이 밀려왔다.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인기를 끈 우리나라 ‘그린카드’는 친환경생활을 실천하면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환경마크, 탄소발자국 인증제품을 구매하면 결제금액의 최대 24%,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최대 20%까지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뿐만 아니라, 전국 780여 곳의 관광·문화 공공시설에서 입장료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전기차 충전요금도 월 5만원 한도 안에서 50%나 할인받을 수 있다. 이렇게 경제적 동기부여가 되니 친환경생활 실천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그린카드 사용자의 약 70%가 매장에서 제품을 고를 때 친환경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게 되었다고 응답했다.

환경도 지키고 경제적 혜택도 챙기는 그린카드의 ‘일석이조’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2011년 첫 출시 이후 발급자가 꾸준히 증가해, 2016년 말 총 1,508만좌의 그린카드가 발급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그린카드로 결제한 매출액은 무려 11조원을 넘어섰다. 해외 많은 국가들도 우리나라 그린카드 제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과 그린카드 도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그린카드가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면에는, 지속가능소비생산으로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 지속가능소비생산이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생산 및 소비활동을 의미한다. 유엔이 세계 지속가능발전 달성을 위한 주요목표로 지속가능소비생산을 포함시킬 만큼, 국제사회에서 지속가능소비생산은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속가능소비생산 확산을 위해 그린카드 등 다양한 환경 분야 제도들을 선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정책운영 경험을 인정받아 지속가능소비생산 국제협력 프로그램인 유엔 10YFP 이사국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번 독일 본 출장에서 핀란드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그린카드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확인하며, 그린카드가 지속가능소비생산 지원 제도를 전파하는 ‘그린 한류’의 핵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그린카드는 일반적인 환경 분야 해외진출과 달리, 개도국보다 선진국 진출에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그린카드를 매장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린 포스(POS)’로 불리는 결제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는 친환경제품을 결제하면 이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결제금액의 일정 비율을 포인트로 적립해 주는 시스템이다. 잘 정비된 IT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그린카드 제도의 선결 조건인 셈이다. 따라서 그린카드 제도 수출은 주로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나라 환경 분야 해외진출 무대를 선진국으로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국내외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 확대, 친환경제품 소비 촉진 지원, 국가별 맞춤형 해외진출 추진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그린카드 제도가 우리나라 대표 친환경 마스코트이자, 글로벌 친환경 소비문화를 이끄는 대표 주자로 우뚝 성장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조만간 “두 유 노우 김치(Do you know Kimchi)? 두 유 노우 싸이(Do you know Psy)?”를 넘어 “두 유 노우 그린카드(Do you know Green Credit Card)?”라는 질문으로 자랑스럽게 우리나라를 소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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