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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자수첩]대기업 오너 3세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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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제가 계속 강화되면 향후 해외이전(오프쇼어링)도 진지하게 고민할 것 같습니다."

추석 연휴 직전에 만난 한 대기업 오너 3세의 말이다. 국회에선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법인세 인상 등 본격적인 세법 개정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시점이었다.

이 오너 3세는 법인세 인상 문제를 주로 거론했지만 고조되고 있는 반기업정서는 물론 최저임금 인상, 파리바게트에서 촉발된 파견법 위반 제재 등에 대한 걱정도 얘기했다. 이런 규제와 정책들이 앞으로 기업을 더욱 옥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할아버지 때는 애국하는 마음에 '사업보국 정신'으로 기업을 이끌었지만, 저는 조금 실리적인 생각을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최대 목표라고 보면 그들 입장에선 '농사짓기 힘든 땅'보다는 '비옥한 토지'를 찾아 떠나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

재계 오너 3세들은 해외 유학파가 특히 많다. 글로벌 기업에서 수년씩 경험을 쌓고 오기도 한다. 그들이 배운 것은 명분보다는 실리에 더 가깝다.

선진국들은 앞다퉈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들을 유턴시키겠다며 '리쇼어링'에 열중하고 있는데, 국내 현실은 내국 기업들을 해외로 밀어내고 있다며 아쉬워한다. 실제 미국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인하했다. 반면 우리는 이달초 법인세를 종전 22%에서 25%로 인상하는 안을 가결했다.

물론 법인세 인상과 친노동자 정책이 꼭 기업의 오프쇼어링을 가속화하는 요인이라는 증거는 없다. 법인세 인하로 해외기업 유치가 늘어난 국가도 있었지만, 일반 국민의 소득세 부담만 늘어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말 인사에서 오너 3세들이 대거 승진해 경영의 바통을 이어받는 세대교체가 시작됐다.

앞으로 기업을 책임질 이들의 머릿속엔 '반기업정서' 확산에 대한 불안과 규제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하다. 두 달 전 만났던 오너 3세가 우려했던 법인세 인상은 현실이 됐다. 기업이익 제고를 위해 국내 잔류를 선택할지,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길지 그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stand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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