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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설] 비트코인 대책 유출 … ‘카톡 행정’에 도사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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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암호화폐 대책이 민간 모바일 메신저 단톡방에 통째로 유출된 사건은 공직기강 해이의 극치를 드러내고 있다. 당국의 조사 결과 지난 13일 비트코인 회의 자료는 언론에 배포되기 2시간39분 전에 관세청 사무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뜨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투기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공직기강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오히려 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런 사태는 현실을 무시한 채 정치 논리에 따라 정부청사를 기존 서울·과천·대전에 이어 세종으로 분산시킬 때부터 예고된 수순이었다. 장차관과 실·국장 대부분이 서울에 머물고 서기관 이하 실무진만 지방 사무실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비효율이 바로 드러났다. 소통이 문제였다. 이에 대한 고육지책으로 카톡 보고와 결제가 일상화되다시피했고, 정부는 현실을 고려해 2014년 공무원 전용으로 ‘바로톡’이란 메신저까지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업무의 질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에도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것보다는 카톡 사용이 효율적이라는 것이 공무원들의 현실적 판단이다. 더구나 인터넷 시스템은 보안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가정보원은 올해 비트코인 해킹 네 차례 모두 북한의 소행이었다고 밝혔다. 카톡 역시 언제든 뚫릴 수 있다는 얘기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카톡 행정’이 자리 잡으면서 세종시에선 무두절(無頭節)이 일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간부도 없고 민간과의 일상적 교류마저 끊긴 결과는 정보력 저하와 무기력밖에 없다. 막스 베버는 관료의 정치적 중립과 전문성을 강조해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까지 낳았다. 이는 복지부동하면서 최소한의 금도까지 넘으란 얘기가 아니다. 차제에 공직기강을 점검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강구해야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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