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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조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관치 벗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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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개 은행·캠코 등 5천억원 출자

나머지 5천억 민간투자자 참여

중소중견기업 지원과 구조조정

사모펀드 운용사 정부 영향권에

“정부가 손떼야 효과 있을 것”



한겨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한국자산관리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기업구조 혁신펀드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참석자들과 박수를 치고 있다. 제공 : 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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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중 15.6%가 좀비기업이다.’

지난 2014년 1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내 기업 100곳 중 15곳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내지 못하면서 금융기관의 이자 보조 등 금융지원을 받아 연명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고서는 “좀비 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경제 전반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신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권고했다. 국내 상당수 전문가들은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이유 중 하나로 사모펀드(PEF)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점을 꼽아왔다. 구조조정이 정부의 입김에 자유롭지 않은 은행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시장 원리’가 설 자리가 좁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규모가 큰 사모펀드들이 부실 기업 구조조정의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것과 차이가 큰 대목이다.

정부가 18일 발표한 1조원 규모의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 방안은 이런 문제 의식을 배경으로 한다. 이 사모펀드는 8개 은행과 한국성장금융·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모두 5000억원을 출자하고 추가로 민간 투자자들로부터 5000억원을 끌어들여 조성된다. 주로 기술력은 있으나 재무 불안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기업에는 자산을 매입해 퇴출시키는 구실을 할 예정이다. 자생적으로 민간 중심으로 사모펀드가 조성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해, 정부가 나선 것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캠코 등과 함께 한 간담회에서 “그간 한국에선 사모펀드는 국외 투기자본 경험 탓에 ‘기업 사냥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으나 최근에는 부실기업에 신규 자금을 주고 기업 실적을 턴어라운드 시키는 등 비 올 때 우산을 가져다 주는 성공 사례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며 “기업구조혁신펀드가 부실채권(NPL) 시장의 생태계와 기업 정리 관행을 바꾸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이 펀드가 시장에 투입될 경우 2조원의 생산이 늘어나고 일자리는 1만1000개가 창출된다는 분석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이 방안도 한계를 안고 있다.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곳에 민간 투자자가 다수이긴 하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참여하고 있는데다, 펀드를 운용하는 곳(GP)은 사실상 정부 그늘에 놓여 있는 한국성장금융이기 때문이다. 이 기관은 박근혜 정부 때 이뤄진 정책금융기구 지배구조 개편 당시 이명박 정부 때 설립된 정책금융공사가 산업은행과 분리되면서 생겨난 곳이다. 주요 주주는 산업은행(8.7%)과 한국예탁결제원(약 20%)·한국거래소(약 20%) 등이다. 자칫 정부가 한 손에는 은행을, 다른 한손에는 사모펀드를 쥔 채로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 영향력을 유지할 여지가 큰 셈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8일 열린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확정한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추진 방향’에서 ‘시장 중심의 구조조정’과 함께 ‘산업과 금융을 균형있게 고려한 구조조정’을 핵심 기조로 내놓았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는 “관치금융의 수단이 돼 온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 일색인 현 상황에서 시장 원리에 따른 구조조정이 가능한 사모펀드 조성 방안을 정부가 내놓은 것은 주목할만하다”며 “시장 원칙에 따라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펀드 운용에서 정부는 완전히 빠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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