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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Q와 체중은 반비례? ‘비만 혐오’를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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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비만으로 인한 차별 경험 책 출간 계기 프랑스서 ‘비만 혐오’ 화두

파리시, 차별반대 행사서 ‘빅사이즈 패션쇼’ 열며 혐오 철폐 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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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혐오를 철폐하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15일 프랑스 파리시청에서 열린 빅사이즈 패션쇼. 자료:파리시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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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혐오를 멈춰라!’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프랑스 파리시가 주최한 제2회 차별반대주간 행사는 피부색, 복장, 머리 모양, 체중, 키, 흉터 등 외모에 대한 차별 철폐를 대주제로 진행됐다. 이 중 뚱뚱한 사람에 대한 차별을 비판한 15일 행사는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안 이달고 파리시장이 이날 “비만 혐오는 너무 많은 시민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라며 “파리시는 이 현상을 공론화하고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파리시는 비만 혐오를 “뚱뚱한 사람에 대한 거부, 적대감, 차별, 경멸의 특정 형태”라고 정의하고 “비만 혐오가 게으름, 느림, 자기 관리 부족 등에 대한 고정 관념 및 채용, 교통 관련 시설, 식당 등에 이르기까지 직간접적으로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올해 프랑스에서 비만 혐오는 큰 화두들 중 하나였다. 지난 6월 체중 150㎏의 여성인 가브리엘 데디에가 몸무게로 인한 차별 경험을 담아 출간한 책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뚱뚱하지 않았다>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다. <가디언>을 보면, 2015년 37살이던 데디에는 6명의 자폐아를 가르치는 교사로 일하면서 뚱뚱한 외모에 대한 조롱의 뜻으로 “7번째 장애인”으로 불리기도 했고, 30일 안에 살을 빼라는 지시를 이행하지 못해 직장을 잃었다. 대학 졸업 뒤 취직 자리도 잘 구해지지 않았고 면접에선 “지능지수(IQ)와 체중은 반비례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병원에 가면 의사는 “지방이 많아 (진료 부위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투덜거렸고, 그를 성희롱한 남성 동료는 “내 아내가 훨씬 예쁜데 왜 내가 뚱뚱한 여자를 성폭행하려 하겠는가” 하고 혐의를 부인했다. 통통한 체형이었던 데디에는 17살 때 비만에 과민한 부모 때문에 호르몬 치료와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을 적용받게 됐고, 이때부터 오히려 식탐이 생겨 급격히 체중이 불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비만율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다. 2015년 기준 프랑스의 비만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9.5%)보다 낮은 15.3%다. 미국(38.2%)의 절반도 안 되고, 같은 유럽 국가인 영국(26.9%), 독일(23.6%), 스페인(16.7%)보다 낮다. 해당 조사에서 비만율이 가장 낮은 나라는 일본(3.7%)이었고 한국은 그 뒤를 이은 5.3%로 오이시디 최저 수준이었다. 중국의 비만율은 7%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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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2017년 발표한 회원국 등의 2015년 기준 비만율 통계. 자료: OECD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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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디에는 프랑스에서 비만 혐오가 심각한 것은 “프랑스 여성들은 자신들이 유럽에서 가장 여성스럽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그는 스페인에서 1년간 살았던 경험을 회상하며 “스페인에서는 (뚱뚱한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누군가가 당신의 외모에 대해 말한다면 오직 칭찬할 때뿐이다. 하지만 프랑스에서는 대화를 시작한 지 몇분 만에 ‘왜 이렇게 뚱뚱해? 병이야?’라는 말을 듣게 된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파리시는 비만 혐오 철폐 행사의 일환으로 15일 시청사에서 다양한 체형의 여성을 모델로 등장시킨 ‘빅사이즈 패션쇼’를 열었다. 데디에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비만 혐오를 다른 차별과 같은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누군가 뚱뚱하다면 그것은 그들의 잘못이고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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